[이코노믹데일리] 미래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오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과 관련해 실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뛰어든 업체들은 많지만 기체나 기술 관련 해외 경쟁국들과 차별화되는 지점 없이 정부 사업에만 겨우 발맞춘다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8월부터 한국형도심항공교통(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사업 1단계 참여기업들과 협약을 체결한다.
K-UAM 그랜드챌린지는 국토부가 지난해 2월 시작한 민관합동 실증사업이다. 도심 여건에 맞는 UAM 비행체 안전성과 교통관리 기능시험 등을 통합 운용한다. 계획된 것은 지난 정부 시절인 2021년 9월로 당시 배포된 '한국 UAM 운용개념서 1.0'을 기반으로 운용실증 및 연구개발 기술에 대한 시험 기회를 지원하는 등 내용이다.
2023년 2월 현재 해당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총 4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운항·교통관리·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 등 통합 운영 실증에는 7개 컨소시엄(기업 그룹), 단일 분야 실증에는 5개 컨소시엄과 기업이 참여했다.
통합 운영 실증에 나서는 곳은 △대한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컨소시엄, △현대자동차·KT 컨소시엄 △SKT·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 컨소시엄 △롯데·민트에어 컨소시엄 △대우건설·제주항공 컨소시엄 등이다. 단일 분야 실증은 운항 부문에선 플라나와 볼트라인, 교통관리는 켄코아와 로비고스 등이 참여한다.
반면 각 기업들이 내놓은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2022 K-UAM 콘펙스'에는 정부 실증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성과가 공개됐지만 가상의 버티포트 및 기체 디자인, 기술 개발 완료 시의 청사진 등만 공개되는 데 그쳤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실제 기체 실험까지 이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곧 진행되는 국토부 실증에도 국산 기체 투입이 이뤄지는 곳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 곳 뿐이다. 다른 컨소시엄에서는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기업들이 제작한 기체를 투입하기로 했다. 2020년 이뤄진 UAM 실증 비행 행사에서도 투입된 기체는 중국 이항사의 드론택시 기체였다.
국내 UAM 사업이 제자리 걸음인 데엔 △기술 개발 규모가 해외에 비해 작다는 점 △관련 논의가 민간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 등이 꼽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4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UAM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국내 기업은 4곳(현대차,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뿐으로 미국 130곳, 영국 25곳, 독일 19곳, 프랑스와 일본이 각각 12곳과 비교하면 소규모다.
또 해외의 경우 스타트업 위주 개방적인 환경에서 민간 주도로 개발이 이뤄지지만 국내 사업은 국토부가 주관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인프라는 해외 대비 잘 갖춰졌지만 기술 수준은 기체도 개발되지 않은 초기에 시험 운행을 할 곳도 마땅치않다"며 "당장 드론만 띄우려고 해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환경에서 해외와 같은 스타트업이 나오긴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UAM 관련 우려가 나온다. 근거를 종합해보면 △아직 시민들이 도심 내 운송수단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형 항공기를 선택하는 데 부정적이고 △기술 자체가 초기 단계이며 △도입 시 택시 등 기존 운송업 일자리와 환경 등에 미칠 문제도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점 등이다.
국토부는 오는 8월까지 본격적 실증을 진행하면서 각 시나리오별 안정성을 중점적으로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초기 기술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규제 특례를 담은 법 제정과 국제협력 강화 등 정부 차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