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K-바이오가 의약품으로 사용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집중하는 추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과 생태계를 합친 용어로 인체 내 공생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과 유전자 군집들을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미생물이 위장관에 거주하고 있으며 개인별 식습관,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게 존재한다. 위장관에서 발생하는 면역반응이나 질환 뿐만 아니라 뇌, 간, 폐 등 인체 대부분의 장기에서 발생하는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최근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의약품으로 허가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마이크로바이옴은 체내 미생물을 기반으로 해 다른 치료제보다 독성은 낮고 안전성은 높다. 따라서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도 이를 차세대 치료제로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올해 2억6980만 달러(약 3543억원)에서 오는 2029년 13억7000만 달러(약 1조7995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31.1%의 성장률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의 활용 영역이 커지며 해당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CJ그룹의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레드바이오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의 레드바이오 자원을 흡수하며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 10건 확보, 기술 수출 2건 달성 목표를 알리며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표적인 바이오 대기업 중 하나인 셀트리온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회사인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스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파킨슨병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었다. 또 고바이오랩과 협업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과민성대사증후군,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도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일 열린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세미나'에서 4000억원 규모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부지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6개 기관과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뇌질환, 항암제 등 인체 질환 타깃 극복을 목표로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간 4000억원 규모로 진행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지원이 대부분 학계쪽과 기초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며 제품화에 대해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데이터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연구개발 중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에 투자된 비용은 807억9000만원이다. 그 가운데 마이크로바이옴 투자는 69.6%였으며 성과 발생 비율은 49.4%로 조사됐다.
바이오제약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는 개인이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라 바꿀 수 없지만 환경은 바꿀 수 있다"며 "연구 목적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질병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의약품 개발, 임상과 관련된 부분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