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중국이 리오프닝(봉쇄 해제)을 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효과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중국에 있는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면서 구리와 철광석 가격을 들썩여 국내 기업 실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440개 수출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리오프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이 체감하는 정도는 엇갈렸다. 응답 기업 60.8%는 "중국 리오프닝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지만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54.4%가 아니라고 밝혔다.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예상한다는 답변도 7.2%나 됐다.
중국 리오프닝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거나 그러한 효과가 예상된다는 답변은 38.2%였다. 이들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늘어나고 중국산 부품 또는 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앞서 중국이 각 도시마다 산발적으로 내린 봉쇄령이 올해 들어 속속 해제되면서 국내 기업의 대(對)중국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올해도 이어진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 수출 감소가 꼽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10일 통관 기준 수출액은 140억27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8.6% 감소했다. 중국 수출은 26억6600만 달러로 31.9%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10개월간 이어졌다.
중국에서 수요 증가는 더딘 반면 생산 재개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부담은 커졌다. 이달 초 구리 가격은 지난해 7월 연간 저점과 비교해 23% 상승한 톤(t)당 8917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은 DMT(건조 상태의 톤 중량)당 122달러로 지난해 연간 저점을 찍은 11월 대비 50%가량 올랐다. 여기에 중동 산유국이 감산을 결의하면서 국제유가도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중국 리오프닝의 낙수효과에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으나 실적 차원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중국 경제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피크 차이나론'까지 대두되며 리오프닝 수혜는 줄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만 입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 대다수는 중국 사업 확장을 꺼리는 분위기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 72.7%는 중국 사업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 사업을 강화한다는 기업은 18%에 그쳤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한·중 관계가 여전히 냉랭한 점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여기에 미국의 중국 견제와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하면서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국제적 분업체계 붕괴는 국가 성장뿐 아니라 기업 생존에도 위협적"이라며 "수출 회복을 통해 경제 성장 동력을 끌어올리려면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