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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美 '반도체 애치슨 라인'에 낀 韓…"기술 패권이 살 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4-26 13:22:10

양향자 의원, '반도체 패권주의 토론회' 개최

"인재 육성 통한 기술 패권이 해법" 한목소리

산학 지원 늘리고 밖으론 외교 노력 병행해야

양향자 무소속 의원(네 번째)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미(美)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이 미국의 반도체 패권주의에 대응할 생존 전략으로 '기술 패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과학법(CHIPS Act·반도체법) 시행을 기점으로 선포한 '신(新) 애치슨 라인'에 속한 상황에서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양향자 무소속 의원 주최로 열린 '미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인재 육성을 통한 기술 패권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미국의 반도체 패권주의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주제로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미국 반도체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인력(workforce)'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반도체법에 '인력'이 등장한 횟수는 131회로 법안 주제인 '반도체(semiconductor, 116회)보다 많다.

정 교수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지역교육과 고등교육 기관을 포함하는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하고 어린이 보육 지원 계획을 제출할 것을 내건 점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반도체 인력이 곧 패권의 핵심이라고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인력 공급은 태부족이 예상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력 수요는 12만7000명에 이르지만 현재로서는 공급 예상 인원이 절반도 안 되는 5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국내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의 실습 여건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기업과 대학이 연결돼 대학에 최신 반도체 공정과 설계 소프트웨어가 도입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대척점에 선 중국의 인재 육성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어진 발제에서 "중국은 과거 한국전쟁에서 구사한 인해전술을 반도체 굴기 과정에서도 시도했다"며 "2021년 기준으로 24개 대학에 반도체 대학원이 설립됐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1950~1953년 한국전쟁 당시 막대한 인구를 무기로 삼아 240만명에 이르는 병력을 한반도에 내려보냈다.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로 중국은 2025년이면 전문 인력이 30만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각 대학마다 석사급 이상 인재 1000~2000명을 매년 육성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미 반도체법을 21세기 애치슨 라인으로 정의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한 외교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애치슨 라인은 미국이 1950년 1월 극동 지역에서 공산주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한반도 남부와 대만, 일본을 이은 방위선이다. 김 교수는 "반도체법 독소조항인 영업 정보 공개와 중국 내 생산 증가율 제한 등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협상과 설득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고성능 메모리만큼은 반드시 국내에 사수하고 기업은 미국 내 투자 속도를 조절해 국내 투자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직접 좌장을 맡은 양향자 의원은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로 새로운 투자처를 검토하던 글로벌 기업의 시선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며 "학계와 산업계 목소리를 수렴해 추가 입법으로 반도체 기술 주권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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