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시장 이탈이 심상치 않다.
미분양과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 확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분양시장의 침체가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시장 이탈로 이어지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3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7만5438가구) 대비 4.4%(3334가구) 감소한 7만2104가구다. 미분양 주택 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미분양 주택 수는 줄었지만 국토부에서 20년 장기이동평균선인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여전히 넘어섰다. 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은 8650가구로 전월(8554가구) 대비 1.1%(96가구) 증가했다.
이를 두고 미분양 리스크가 완화됐다기보다 분양시장 위축, 정비사업 조합과의 갈등 등을 고려해 건설사가 사업 일정을 늦추거나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미분양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곧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의 시공사 선정 문제로도 이어진다.
최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원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최근 다섯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이 진행됐으나 결국 유찰됐다.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 재개발조합도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나섰으나 유찰을 피하지 못했다. 올 초 다수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고됐던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도 삼성물산과 GS건설 외에는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양강구도로 점철된 상태다.
이밖에 사업 규모가 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비롯해 상대적 비인기 지역에서 연달아 유찰이 발생하자 수의계약 방식 전환을 검토하는 조합도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공 계약 등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반도건설은 2021년 2월 경기도 교육청 남부청사 부지를 2557억원에 사들여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으나 최근 매입 계약을 해지해 255억7000만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날렸다.
대우건설은 지난 2월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주상복합 개발 사업에 대한 시공권을 포기했다. 사업을 진행할수록 손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브릿지론 단계에서 일찌감치 손을 뗀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은 해당 사업장 시공권을 포기하고 대신 변제금액 440억원을 상환했다.
쌍용건설도 같은 달 경기 군포시 설악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수주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자 건설업계는 신사업 성과와 해외수주 실적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이전까지 국내 주택사업 위주로 구성됐던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신규 해외 사업과 신사업 분야의 확장으로 새롭게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 시장심리 위축으로 국내 주택시장의 발주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로 전통적인 국내 주택사업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신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