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통신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겼다. 주력사업인 5G 가입자의 안정적인 증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IDC) 등 비통신 신사업 성과에 힘입은 결과다. 1분기를 큰 이슈 없이 매듭지은 SK텔레콤의 경우, 모든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낸 반면, 경영공백 사태를 맞은 KT와 개인정보 유출과 디도스공격 사태 등을 겪은 LG유플러스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통신3사 분기 실적발표 기준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을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1조2411억원이다. 5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 기록을 세웠다.
사별 실적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49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나홀로' 성장세를 기록했다. KT는 영업이익 486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4% 급감한 수치다. KT는 영업이익 급의 원인으로 지난해 1분기 마포 솔루션 센터 매각 비용 746억원 등 일회성 이익에 따른 역기저 효과를 꼽았다. LG유플러스는 26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0.4%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발생한 정보 유출과 디도스 장애에 따른 소비자 피해보상과 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전했다.
KT는 지난해 1분기 부동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실적 반영으로 626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41.1% 급증한 실적으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러한 효과를 고려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4996억원으로 발표했다. LG유플러스 역시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2673억원에 대체로 부합했다는 업계 평가다.
비통신 신사업 역시 실적 선방에 힘을 보탰다. SK텔레콤의 경우, 미디어 부문 매출이 3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3862억원으로 5.8% 상승했다. KT는 미디어, 모바일 플랫폼 사업인 디지코 B2C(기업소비자간거래)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54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신사업 영역인 디지코B2B(기업간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13.9% 감소한 46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유플러스는 기업 회선, 솔루션, 데이터센터(IDC) 등이 포함된 기업인프라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36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솔루션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기조에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10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통신3사는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계기로 이용자 확보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이달 중 3종의 5G 요금제를 출시한다. KT는 다음달 2일부터 신규 중간요금제 3종을 내놓는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12일 4종의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은 '비통신 신사업' 부문 향후 행보가 주목
'AI 컴퍼니'로의 진화를 선언한 SK텔레콤은 성장 궤도에 안착한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에이버스 △연결된 인텔리전트 등 5대 사업군의 견고한 성장을 지속함과 동시에 AI 컴퍼니로의 본격적 변신을 주도하겠다는 전략 아래 AI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와의 협력을 통해 도심항공교통(UAM)과 지상교통을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하는 MaaS(서비스로서의 이동성) 플랫폼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도 앞장서고 있다. SK텔레콤의 '이프랜드'는 고객의 현실 공간을 가상 세계로 확장해 준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통해 3D 공간 기반 사회적관계망(SNS)을 개척하고 경제 시스템도 키운다는 전략이다.
손인혁 SK텔레콤 에이닷 추진단 미래기획팀 담당은 지난 1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에이닷은 오는 6월부터 순차적인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라며 "개인화 기반 홈 화면, 이용자 친화적인 사용자 경험(UX) 개편과 14세 이하 이용자 진입장벽 최소화를 통해 하반기에는 통신사의 자산을 활용한 통화내용 브리핑 등을 담은 'AI 전화' 등 특화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초거대 △AI 상용화 △AI 인프라 혁신 △AI 인재 양성을 3대 축으로 AI 경쟁 전선에 뛰어들었다. 통신 뿐 아니라 미디어·콘텐츠, 모빌리티, 반도체, 기업·공공 디지털전환(DX) 시장을 포괄하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게 목표다.
올 상반기 중 상용화할 예정인 초거대 AI가 핵심이다. AI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AI 인프라 혁신도 병행해 한국형 AI 반도체 풀스택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챗GPT 등 신기술이 부상하면서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활용이 늘고 있다. 하지만 AI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저장장치)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KT는 리벨리온, 모레, KT클라우드 등과 동맹을 맺고 한국형 AI반도체 풀스택을 개발하고 있다. AI 풀스택은 AI 인프라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기술을 통합해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연내에 이전보다 효율이 3~10배 우수한 한국형 AI 반도체 풀스택을 완성하고 KT의 초거대 AI '믿음'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KT는 지난해 분사한 'KT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비통신 사업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KT클라우드는 IMM크레딧앤솔루션(ICS)에서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김영진 KT 재무실장(CFO) 전무는 지난 1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T클라우드는 경쟁력을 강화해 오는 2026년 매출 2조원을 목표로 국내 최고 DX 전문 기업으로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개척, 기술혁신을 통한 운영효율화에 집중하고, 동남아 지역 등 글로벌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대표이사와 이사회 등 경영 공백을 겪고 있는 KT는 빠른 시일 내에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CFO는 "KT는 현재 상황 극복과 경영체계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 전 사적 경영과 사업 현안에 대해서 집단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면서 "고객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투자 등 각종 사업 현안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배구조 이상으로 인한 경영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유플러스 3.0'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선언하고 AI 성능 강화를 위해 음성·언어·검색·추천·예측 등 핵심 AI 엔진을 빠르게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놀이플랫폼은 자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가동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익시는 LG유플러스의 B2C, B2B 서비스 엔진으로 활용된다. 승부 예측부터 고객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콜봇' 서비스까지 곳곳에 녹아 들어간다.
기존 웹 기반 서비스는 이용할 때마다 웹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챗GPT 서비스는 우리가게패키지 애플리케이션(앱) 내 메뉴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챗GPT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다양한 활용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또 고객 관심사와 불편 사항을 청취해 기술을 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오는 7월부터 수도권 케이블방송사인 '딜라이브'와 손잡고 자사 통합 광고 운영 플랫폼인 'U+AD'에 광고를 송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광고사업의 수도권 커버리지를 기존 대비 5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전무는 1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업인프라 부문은 연간으로는 기업회선, IDC 등 기존사업의 성장과 SOHO, SME, 모빌리티 등 B2B 신사업의 매출 증가 등을 통해 전년 연간 성장률 이상의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