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캠페인인 RE100이 확산하면서 기업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과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CFE)까지 범위를 넓혀 국내 현실에 맞는 한국형 RE100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17일 무탄소 에너지 활용을 늘리고 이를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전략을 파련하기 위한 'CEF 포럼'을 출범했다. 산업부와 대한상의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열고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럼에는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주요 기업과 업종별 협회·단체, 발전 공기업, GS에너지와 두산에너빌리티 등 에너지 기업, 그리고 다수 전문가가 참여한다. 포럼은 국내 현실에 맞는 무탄소 에너지 인증체계인 'CF100'을 올해 안에 정립하고 내년부터 시범 도입할 계힉이다. CF100은 넓은 범위에서 원자력과 청정 수소를 무탄소 에너지로 포함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한 RE100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율규약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이를 제도권 내로 끌어안으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높고 효율이 떨어지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 사실상 강제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유럽이나 북미보다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해 재생에너지 조달이 쉽지 않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으로 1메가와트시(㎿h)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국이 117달러(약 15만7000원)로 독일(70달러), 영국(55달러), 미국(44달러)의 2~3배에 육박했다.
이창양 장관은 "RE100은 의미 있는 캠페인이지만 우리 여건상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탄소 에너지 개념을 활용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FE 포럼은 RE100의 궁극적인 목표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RE100이 내세운 재생에너지 100%는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이나 청정 수소 등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연방정부 시설에서 쓰는 전력 100%를 무탄소 에너지로 조달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상태다. 영국은 2012년 발전차액 계약제도를 도입하며 원자력을 발전 수익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한국은 많은 인구가 좁은 국토에 살고 있어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다"며 "무탄소 에너지를 명료하게 분류하고 이를 인증해 기업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
CEF 포럼은 CF100을 국제 규범으로 확산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매월 주요 의제를 정해 1~2회 이상 회의를 열고 심층 논의가 필요한 주제는 10명 이내 소그룹을 구성해 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포럼 출범식에는 이창양 장관을 비롯해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한무경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포럼 참여 기업 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