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김정주 넥슨 창업주 별세로 거둬들일 상속세가 1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약탈적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일가가 받은 대출만 4조원을 넘겼고 넥슨 지주사 NXC는 정부가 2대 주주에 올랐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상속세 총 12조원 중 6조원가량을 납부했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남긴 삼성전자·생명·물산·SDS 등 계열사 주식 평가액은 26조원으로 세금이 절반에 육박한다.
삼성 총수 일가는 지금까지 낸 상속세 가운데 4조781억원을 주식담보 대출로 충당했다. 금리는 현재 연 5%대로 알려졌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1년에 이자만 2000억원을 내야 한다.
세금을 내기 위해 처분한 주식도 상당하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지분 약 2000만주를 팔았고 이부진 사장은 삼성SDS 주식 150여만주를 매도했다. 이서현 이사장도 삼성SDS 주식 300만주와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내놨다. 경영권 악화와 기업 가치 하락까지 감수하면서 납세 의무를 졌다.
게임회사 넥슨 지주사인 NXC는 정부가 2대 주주다. 넥슨을 창업한 고 김정주 회장은 NXC 주식 약 10조원어치를 남겼다. 유족에 적용된 상속세율은 기본 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이 붙어 65%나 됐다. 금액으로는 6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유족은 현금 대신 주식을 정부에 세금으로 물납(物納)했고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 다음으로 많은 지분(29.3%)을 갖게 됐다.
법률에 따라 정부가 물납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재부는 조만간 NXC 주식을 공개 매각하는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NXC는 비상장사로서 이 회사 주식을 거래해 차익을 남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넥슨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400억원에 이르며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공매에 누가 뛰어들지 관심이 모인다.
새로운 투자자 출현과는 별개로 삼성과 넥슨 일가의 상속세 납부가 주목을 받으면서 세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상속 재산에 높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상속세로 인해 경영권이 위협을 받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상속·증여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0.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한경연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징벌적인 상속세제에서는 기업 승계가 불가능하다"며 "상속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