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비전프로 핵심 파트너사인 중국 '럭스셰어' 관계자가 "애플이 지난달 공개한 비전 프로의 첫 해 생산량 목표치를 100만대에서 40만대 미만으로 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프로는 애플이 2014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하드웨어 제품이다. 출시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지난달 제품 공개 후 전 세계 많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MR은 현실 세계에 가상현실(VR)을 결합해 현실과 가상 간에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는 기술로 애플은 앞서 비전프로를 '착용형 공간 컴퓨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애플이 생산량을 계획보다 대폭 줄인 원인으로는 비전프로 특성상 복잡한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꼽힌다. 애플은 비전프로 기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만족할 만한 수율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전프로는 착용자가 외부를 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내부에 고해상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외부에는 사용자 눈을 비춰주는 '아이사이트(Eyesight)' 기능이 들어간다. 지난달 시연에 사용된 비전프로 디스플레이는 일본 소니와 대만 TSMC가 공급했지만 내부와 외부 모두를 만족할 만한 성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비전프로를 두고 "가장 복잡한 소비자 장치"라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도 걸림돌이다. 애플은 비전프로 판매가를 3499달러(약 460만원)로 책정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500만원은 너무 비싸다"며 비전프로가 출시돼도 구매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강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애플은 이미 1세대보다 가격을 낮춘 저가형 2세대 비전프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아직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2세대 비전프로에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면 디스플레이 업계에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비전프로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생산량이 적어 당장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전프로를 시작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업체에도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삼성과 LG는 미래 먹거리로 마이크로 OLED를 점찍은 만큼 각각 개발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3년간 4조1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초로 8.6세대 정보기술(IT)용 OLED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역시 메타버스 분야에서 미래 기술을 확보하고 증강현실(AR)·확장현실(XR) 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