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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기자수첩] 허영인 회장은 정말 '뼈 깎는 노력'을 했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아령 기자
2023-08-11 17:32:54
생활경제부 김아령 기자
생활경제부 김아령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 관리를 강화해 신뢰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하며 허리를 숙였다. 작년 10월 SPC그룹 계열사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20대 근로자가 숨졌다. 그러나 1년도 안돼 지난 10일 또다시 사망자가 나왔다. 회사를 믿고, 경영자를 믿고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에게 허 회장은 진심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여러 매체에서 보도됐듯이 SPC 계열 공장에서는 근로자가 끼여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허 회장이 안전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말이다.
 
지난 8일 SPC 계열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A씨가 분할기(반죽 기계)와 반죽 볼 리프트 사이에서 상체를 숙이고 기계 노즐 교체 작업을 하다 몸이 끼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호흡을 되찾았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은 2인 1조로 작업하던 동료 B씨가 A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리프트를 하강 작동시키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씨가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현장에 안전경보장치는 울리지 않았다. 별도로 설치가 돼 있지 않은 것인지, 있음에도 울리지 않은 것인지 따져봐야겠지만 허 회장이 말한 ‘안전한 노동 환경’은 무엇일까.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해 10월 SPC 계열 SPL 공장의 20대 근로자가 교반기에 끼여 사망한 것과 유사하다. 당시 B씨는 가로·세로·높이가 약 1m, 깊이 50∼60㎝ 정도 되는 오각형 모양의 교반기에 마요네즈와 고추냉이 등 배합물을 넣어 섞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기계가 실수로 작동된다고 해도 방호장치나 동력차단장치 등이 적절하게 구비돼 있었으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작업 전 위험한 상황을 방지할 만한 충분한 교육 등 조처가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SPC는 이번에도 소중한 생명을 잃은 뒤 뒤늦은 사과와 입장문을 내놨다.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1년 새 3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매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내놓는 뻔한 입장문은 필요 없다. 우리는 구체적이고 진심어린 대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허울 뿐인 말은 통하지 않는다.
 
허 회장에게 묻고 싶다. 안전경영을 강화해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근로자의 부주의나 우연에 기인한 것이 아닌 실제 안전 인식과 관행을 바꾸고자 했는가. 눈앞의 이익을 좇아 안전을 등한시한 것이 아닌가. 안전 강화를 위해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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