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의 지난해 매출액은 23억8000만 유로로, 한화로는 3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는 2021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럭셔리 스포츠카를 만들 수 있었던 데는 창업주의 열정이 숨어 있다.
◆람보르기니의 냉정과 열정 사이
람보르기니 창업주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트랙터 사럽으로 성공한 사업가였다. 그가 트랙터 사업에서 스포츠카 사업에 뛰어들게 된 건 60년 전인 1963년이다.
그는 자신이 이끌던 페라리 성능에 불만을 품고 개선을 위한 제안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를 계기로 자신만의 스포츠카 라인을 만들겠다는 열정을 품게 됐다. 그리고 1963년 람보르기니는 첫 번째 걸작 350 GT를 공개했다. 지오토 비자리니가 디자인하고 지금까지 강조하는 V12 엔진을 탑재해 전 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람보르기니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1965년 400 GT를 개발했다. V12 엔진은 배기량을 3.9리터(L)로 키우고, 최고 출력을 324마력으로 크게 높였다. 뒷좌석을 추가한 400 GT 2+2는 196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람보르기니가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6년 미우라를 내놓고부터다. 페루치오는 항상 대중적인 GT카를 바랬지만, 정작 그가 영입한 젊고 재능 있는 엔지니어들은 강력한 성능의 레이싱카를 원했다고 한다.
페루치오는 미우라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도 마케팅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미우라 개발을 승인했다. 그 결과 미우라는 람보르기니의 기념비적인 차가 됐다.
당시 미우라의 독창적인 특징은 지금까지 람보르기니 차량에 계속 적용되고 있다. 양산차 최초로 엔진을 차체 중앙에 두는 미드십 엔진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람보르기니는 미우라부터 투우와 관련된 모델 이름과 황소 엠블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만들어진 브랜드 정체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역사에서 자동차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의 이름을 뺄 수 없다. 미우라의 성공에도 간디니의 역할이 컸다. 196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미우라의 콘셉트 모델 P400이 첫선을 보이자 독특한 디자인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이를 계기로 미우라를 디자인한 간디니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람보르기니는 2006년 람보르기니 미드십 역사의 시작을 알린 미우라 모델을 21세기 버전으로 재탄생시켰다. 2006년은 미우라 출시 4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에 람보르기니는 미우라 콘셉트를 제작했고, 이 모델은 폭스바겐 그룹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발터 드 실바가 참여했다.
미우라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여기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했다. 다만 단 한대만을 제작했고 이후 미우라를 다시 만들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람보르기니가 자동차 메이커 중 가장 극단적이고 대담한 브랜드로 유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극단적인 성능에 과감하고 첨단의 디자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올해 람보르기니는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설립 6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또 브랜드 전동화 전략에 따라 지난 6월에는 브랜드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 레부엘토를 우리나라에서 공개했다.
레부엘토는 전동화 시대를 맞아 V12 엔진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람보르기니의 첫 양산 모델이다. 또한 '디레치오네 코르 타우리'라는 이름의 미래 전략 아래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동화와 탄소중립화 계획의 첫 결실이기도 하다.
람보르기니는 2024년에는 모든 모델을 하이브리드화하고 2025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며 2028년에는 첫 순수 전기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창업 정신을 계승한 람보르기니의 대담한 열정은 혁신의 씨앗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자동차 패러다임이 전동화로 변화하면서 람보르기니는 명확한 전동화 전략을 구축하고 신차를 내놓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전동화 전환 흐름에 굴복하고 성급한 전기차 출시를 하기 보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확실한 계획을 구축한 것이 새로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60년 동안 이어진 람보르기니의 열정은 강력한 전동화 동력계에 담겨 시장을 흔들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