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금융감독원의 칼 끝이 카카오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향하면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와 실적 둔화와 계열사들까지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달 26일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투자전략실장 A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B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배 투자총괄대표 등은 지난 2월 에스엠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하여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았다.
이번 사건 관련 피의자 18명 중 5명을 '우선 송치'한 것이라며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추가 송치를 예고했다. 따라서 지난달 23일 소환 조사를 받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에 대한 처리 여부 등 처리 수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사경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강제수사 과정에서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이 시세 조종에 관여한 사실을 입증할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경영 전반을 뒤덮은 사법 리스크로 신규 투자에 대한 카카오의 추진동력은 올스톱 된 상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 창업자의 시세조종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에스엠을 인수하려다 카카오뱅크마저 잃을 위기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 법인이 형사처벌돼 대주주 적격성 결격 사유가 발생하면 카카오뱅크의 주인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만약 이번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이 법인 카카오를 재판에 넘기고 벌금형 이상 처벌이 확정되면 금융당국은 카카오를 상대로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 카카오는 6개월 안에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지분(27.17%)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과 금감원 조사가 집중되고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카카오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는 1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3개월전(1654억원)보다 20%넘게 감소한 것이다. 급락하고 있는 주가도 비상이다. 올 초 한때 7만원을 넘어섰던 카카오 주가는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3만7800원까지 하락했다.
업계 내에서는 카카오에 드리워진 사법 리스크가 계열사의 주요 사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 당분간 주가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스엠 인수과정에서 주가 시세 조정 혐의로 수사 받는 것도 힘겨운 판국에 ‘경쟁 택시 콜 배제’로 공정위 제재를 받고 있던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식회계 혐의까지 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사업에서 매출을 부풀린 의혹에 대해 감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운수회사가 운임의 20%를 케이엠솔루션(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에 수수료를 주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임의 16~17%를 운수회사에 돌려준다. 매출로 잡힌 택시회사는 그만큼 법인세 부담이 커진다. 금감원은 이 경우 운임의 3~4%만을 매출로 계상했어야 한다고 보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20% 전체를 자사 매출로 계상했다고 한다. 이같은 행위에 대해 작년 국감에서도 “매출 과대 반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무리한 회계 반영 방식을 쓴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투자 유치 이후 이어진 상장·매각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법인 출범을 하면서 TPG컨소시엄에서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TPG는 우버에 초기 투자해 큰 수익을 본 곳이다. TPG는 2021년 10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칼라일에서도 투자를 유치해 현재 대주주는 카카오(지분 57%)지만, TPG 컨소시엄이 21%, 칼라일이 5%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큰손의 외부 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만든 만큼,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매각을 해야 투자 원금과 수익의 회수를 위해 경영진을 압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가 MBK파트너스와 매각협상을 했던 것도 투자자들의 압박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매각은 무산됐고, 주식시장 상장이 유일한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남았다.
금감원은 이렇게 부풀려진 매출이 지난해에만 3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같은 해 직영택시 등 다른 사업 부문까지 포함된 총 매출액(연결기준) 7915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카카오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매우 클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31일 금감원이 제기한 회계 조작 의혹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했다. 또한 삼일·삼정회계법인은 물론이고 한영회계법인도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처리 자문용역에서 20%를 매출로 인식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금감원에 보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금감원이 두 계약 모두 '가맹택시 운임을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동일 계약 및 '회계 기준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질은 다르다"며 "가맹 계약은 운임의 20%를 정률로 수취하고, 업무 제휴 계약은 계약 내 구성 항목별로 상이한 책정 기준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카카오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도 바람 잘 날 없다. 주력 게임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의 업데이트 계획을 유출하고 부당 이득을 취한 직원을 해고했다.
해당 카카오게임즈 직원은 본인이 소속한 길드가 공성전이나 이벤트 경품 당첨 과정에서 정보를 선점해 부당 이익을 챙기는 등으로 게임 운영을 방해한 혐의다. 또한 카카오 재무 담당 임원(CFO)이 법인카드로 게임 아이템 1억원어치를 결제했다 적발돼 최근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사실 등으로 카카오 내·외부적 '도덕적 해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스포츠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VX는 경쟁사 스마트스코어의 아이디어 도용 논란과 기술 탈취 분쟁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헬스케어의 연속혈당측정기(CGM) 기반 혈당관리 서비스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기술 탈취 논란도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벤처 기업들은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도 버거운데 기술 탈취를 당했을 때 그것을 입증하는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며 "자금 여력도 충분치 않아 소송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