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국내외에서 차량 63만5695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58만4281대)보다 8.8%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증가세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 대외적인 여건이 개선되면서 북미·유럽·인도 등 주요 지역에서 견조한 판매 성장세를 이어간 결과로 해석된다. 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라인업 확대와 제네시스·아이오닉·EV 모델들의 현지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은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등 브랜드 위상이 날로 올라가고 있다.
올해 1~3분기 미국에서 현대차·기아는 전년 대비 61% 증가한 21만3270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그 중 67%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기차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최근 전기차 못지않게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적용이 배제된 '플릿(법인·렌터카·중고차 업체 대상 판매)' 비중을 늘리는 등 전기차 판매 전략을 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플릿 차량은 현지 생산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서 제네시스와 SUV 모델 인기가 지속되면서 수익 확보에도 유리해졌다. 현대차 3분기 글로벌 판매 비중은 제네시스가 5.1%, SUV가 54.7%를 차지했다. 3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팔린 현대차 10대 중 6대는 제네시스 또는 SUV였다는 의미다. 기아도 3분기 전체 판매에서 레저용 차량(RV)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세를 몰아 올해에도 글로벌 판매량 세계 3위에 안착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호조세에도 여전히 고전 중인 시장이 존재한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9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총 23만7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9% 감소한 수치로 시장 점유율 1.6%에 불과하다. 단일 브랜드 기준 현대차는 같은 기간 17만5319대, 기아는 6만1681대를 판매했다. 이는 6년 전보다 약 80% 떨어진 기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재기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BAIC그룹과 전기차 공동 개발에 나섰다. 전기차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더 많은 로컬 기업과 협력할 계획이다. 기아 역시 올해를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고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기아의 경우 중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판매 부진에 따른 '중국 시장 철수설'에 대해 직접 부인했다. 양홍하이(楊洪海) 기아 중국법인 COO는 지난달 26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말은 거짓"이라며 입을 뗐다. 그는 "글로벌 전기차 모델인 EV5를 개발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며 "EV5를 필두로 전동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는 올해 EV5와 EV6를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순수 전기차 6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매년 전용 플랫폼(E-GMP)기반 순수 전기차 1대 이상을 출시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EV9 출시가 계획돼 있으며 2030년까지 연간 판매량 45만대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본 시장도 저조한 실적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일본에서 야심차게 출시된 아이오닉5는 올해 8월까지 700여대를 팔았다. 이런 저조한 성적에도 현대차 일본법인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완성차 시장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새로운 생소한 모델들을 내세워 천천히 시장에 자리 잡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일본에 재진출한 뒤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차 넥쏘 등 친환경 차만 출시해 판매 중이다.
지난해 일본 완성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5.4%를 기록했다. 이에 현대차는 여타 완성차 시장과 달리 수치적 접근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조원상 현대모빌리티재팬 법인장은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시장에 스며들기 위해선 온라인 판매를 통한 편리성 뿐만 아니라 AS 등 현대차만의 접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선보인 아이오닉5는 한국 완성차 업계 사상 처음으로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의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