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내년 한국 전기차 시장은 작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대거 등장한다. 올해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SUV 라인업이 활약한 것을 바탕으로 보급형 소형차급 SUV를 내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생존할 계획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09%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22년 56.9%로 떨어졌다. 올해는 30.6%까지 하락할 전망이며, 내년에는 2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4년 2·3분기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할 계획이다. 캐스퍼는 국내 완성차 판매 순위 7위에 들 만큼 고객 수요가 높다. 올해 11월까지 4만1469대를 판매했다. 코나 일렉트릭의 가격은 롱레인지 모델 프리미엄 트림이 4752만원, 인스퍼레이션 트림이 5092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 적용 시 가격은 약(弱) 프리미엄 3892만원, 인스퍼레이션 4249만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잘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는 내년 상반기에는 소형 SUV EV3를 출시한다. 가격은 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출시 전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업계 안팎의 기대를 받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10월 경기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진행된 '2023 기아 EV데이'에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높은 가격, 충전의 불편함과 같은 우려 사항에 대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수입차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내년 상반기 소형 SUV EX30를 출시한다. 가격은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4945만원(코어 트림)부터 시작된다. 국내 출시 가격은 독일, 영국, 스웨덴 등에 비해 각각 1054만원, 1294만원, 1234만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이윤모 볼보차코리아 대표는 "프리미엄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 선보이는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저렴하고 소비자 트렌드를 감지한 완성차 업계의 전략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부터 시작된 SUV 열풍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비교적 저렴한 소형급 SUV의 보급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에 활력이 붙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보급형 전기차의 보편화가 완성차 업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의 부담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2년간의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024년까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해당 배터리는 성능 테스트 과정을 거쳐 2025년부터 현대차·기아 전기차에 본격 탑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