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상생금융에 동참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이미 올해 상반기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았지만 경기 불황이 지속되자 당국은 추가 지원책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카드사 CEO들이 (상생금융 방안 관련해) 이달 안에 언제 논의할지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회사 측에 구체적으로 공유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업계 불황에도 앞서 우리카드의 2200억원가량 지원을 시작으로 △신한카드(4000억원) △현대카드(4000억원) △KB국민카드(3857억원) △롯데카드(3100억원) △하나카드(3000억원) 등 총 2조157억원에 달하는 상생방안을 마련했다. 대체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신규대출 지원, 대출금리 인하 등을 약속했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실적이 지난해부터 저조한 탓에 은행과 보험사 대비 추가 방안까지 내놓을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금감원 자료 분석 결과, 올해 3분기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73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626억원)보다 15% 감소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30일 이상 평균 연체율은 1.59%로 전년 동기 평균치(0.98%) 보다 0.61%포인트 올랐다. 고금리로 카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연체율도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카드사들은 부실 확대를 막기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카드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지속해서 내려가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고민거리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떨어질수록 카드사의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인데 금융위는 적격비용을 3년마다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하지만 매번 인하하고 있다. 2007년부터 14차례에 걸쳐 내리면서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은 0%대까지 내려앉았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영세한 가맹점에 적용하는 우대 수수료율도 2012년 이후 적용 대상이 확대돼 현재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영세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5%, 중소가맹점은 1.1~1.5%까지 적용된다. 따라서 카드사들이 본업에서 수익을 못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초 지난해 말 발표하기로 했던 개편안은 올 연말까지 미뤄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달 안으로 금융위가 개선방안 논의를 마무리 짓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적격비용 제도는 고금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황 악화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실적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면서 "물론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근본적인 실적 부진 해결이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생 압박이) 부담되는 것은 맞다"고 언급했다. 최근 대다수 카드사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객 혜택을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나서는 중이다.
반면 카드업계의 입장과 달리 금융당국은 카드사 업황을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8월 금감원은 카드사 실적에 대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예년 수준을 유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체율은 전년 말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그 폭이 둔화되는 추세고 자본적정성도 개선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카드사를 향한 상생금융 추가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