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원들에게 거둔 비밀유지 계약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화두에 올랐다. 원인은 매년 자사 직원들에게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부터 '계약서'로 바꿨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경쟁기업명이 상세히 기재됐고, 2년간 이직 금지 내용이 들어가 있어 논란이다.
매년 진행된 비밀유지 서류지만 서약서에서 계약서로 바뀐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서약서란 일종의 약속을 뜻하며 이를 서류로 남긴 것에 반해 계약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담은 법적 효력이 작용하는 문서다. 때문에 법적인 합의와 권리, 의무에 대한 내용들이 디테일하게 명시돼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직원의 법적 책임 의무를 강화했다고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계약서는 강제성을 띄고 받은 서류가 아니다”며 “서류의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따라간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서의 핵심으로 꼽히는 부분은 경쟁사를 상세히 명시하고 2년 동안 이직을 금지한 부분이다. 제약바이오사인 셀트리온을 비롯해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긁직한 기업명들이 직접적으로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전부인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이직 시 기밀유지는 공공연한 약속이자 비밀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직접적인 경쟁사 이직 금지 조항 기재는 곧은 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칼을 빼 든 이유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업 방향성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제약바이오업계에 발을 들인지 약 3년 밖에 되지 않은 위탁생산(CMO) 중심 기업이다. CMO를 하는 신생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점은 생산 전문기술을 가진 인력이다. 때문에 미리 CMO 시장에 뛰어들어 입지를 다져 놓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인력을 이전부터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지난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2차례 인력 유인활동을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자사 출신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일부 인용 결정을 받기도 했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심경은 이해하지만 계약서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형태"라며 "정보보안 부문에서 기밀유지 내용은 필요하지만, 이직은 개인의 자유인데 기업이 나서서 특정 기업을 언급하며 못 가게 막는 건 선을 넘은 행위"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며, 잘못된 선례가 나오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