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제빵왕’ 허영인 회장이 이끄는 SPC그룹이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 4일 황재복 대표가 ‘노조 탈퇴 강요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강선희 대표가 취임 1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다. SPC는 공동대표 2명의 부재로 경영 공백 위기를 맞으면서 그룹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앞서 SPC는 허영인 회장 일가의 증여세 회피 및 부당 지원 의혹을 비롯해 연이은 근로자 사망·부상 사고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 허 회장이 일부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나 싶었지만, SPC그룹이 이번 ‘대표 부재’로 다시 위기를 맞은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 제빵 1위 SPC ‘수난사’…대표 줄사임에 사법 리스크까지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강선희 대표는 이달 2일부로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출마한 남편 김진모 충북 청주 서원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한 사임으로 알려졌다.
강 전 대표의 사임으로 SPC그룹의 대표이사 자리는 당분간 공석이 된다. 앞서 대내 업무를 담당하던 황재복 대표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으로 지난 4일 구속됐다.
황 대표는 2019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검찰 수사관인 김모씨(구속기소)로부터 수사 정보를 받고 그 대가로 수백만원 상당의 향응 및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황 대표를 상대로 노조 탈퇴 강요 과정에서 허영인 회장의 개입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에 하나 검찰 수사가 허 회장에게까지 확대된다면 SPC에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직 사임과 사법 리스크는 비단 그룹뿐만의 일은 아니다. SPC 계열사인 비알코리아와 SPL에도 지난해 사임 바람이 불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이주연 비알코리아 대표는 같은해 9월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강동석 SPL 대표이사 역시 사의 표명했다. 두 대표 모두 1년이 되지않아 대표직에 내려오면서 업계가 의아해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일신상 이유로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강 전 대표는 2022년 평택 제빵공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11개월 만에 자진 사임했다.
SPC그룹은 최근 법조계 출신 인물들을 영입하는 등 ‘법무 강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적 이슈와 관련해 법무 전문가를 영입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여전히 노동자들의 인권과 관련한 논란이 양산되고 있어서다.
SPC는 이달 신임 부사장에 장소영 전 검사를 선임했다. 내부 경영진에 전직 판·검사를 영입한 것은 2023년 3월 강선희 대표(전직 판사) 이후 1년 만이다. 장 부사장은 검사 2년차 시절 대검찰청 ‘입’인 부공보관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SPC삼립 사외이사로 김앤장 변호사인 제프리 존스와 최금락 전 언론인을 신규 선임했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제프리 존스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최초의 외국인 국제변호사 및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수행, 유수의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한 적이 있는 기업 경영 법률 전문가로 알려졌다. 최금락 사외이사는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광장의 고문을 맡고 있다.
SPC가 법조계 인사들을 영입하며 최근 여러 법적 이슈에서 승소하고 있지만, 아직 사법 리스크 해소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SPC는 황 대표가 구속된 민노총 탈퇴 강요 혐의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2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SPC는 2022년 10월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올랐다. 당시 경기 평택에 있는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7월에 이어 8월에도 근로자 끼임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 허 회장은 작년 9월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