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가계 대출은 11조5000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율은 0.7%로 감소세였던 2022년을 제외하면 집계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
가계 대출이 증가한 주요 원인은 주택담보대출로 꼽히는데 주택 매매 거래량이 과거 평균보다 줄어들었지만 주담대 증가 규모는 보통 수준이었다.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차주별 대출 한도가 커졌고, 주담대가 대출한도·금리 면에서 신용대출보다 실익이 크면서 주택 구입 시 주로 활용됐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신용대출·비은행권 가계대출은 하락세를 보였다.
한은은 주택시장에서 상·하방 요인이 섞여 있어 앞으로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직 주택 가격이 고점에 머물러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높아 주택 매수를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금융 여건 개선, 일부 지역 개발 호재,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 등이 주택 시장의 긍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세 대출 수요는 현재 역전세가 회복되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고금리로 그 수준이 급격하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 한은은 비은행 가계대출이 급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분양 물량이 많고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와 더불어 고금리·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완화됐지만 지난 2월부터 스트레스 DSR 규제가 새롭게 적용되면서 일부 차입 한도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은은 주택 매매량이 작년 12월 후 하락세에 접어들어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로 부동산 PF 대출과 연관된 유동화 증권이 부실해지면서 금융 기관의 자산건전성·유동화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은 PF 대출부실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수익성·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점이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은은 가계 자금이 보통 부동산 담보대출을 통해 공급되는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경우 취약 차주의 신용 위험이 커져 금융 부문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재작년 하반기부터 가계 대출 연체율이 취약 차주·비은행 금융기관 차주에서 증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 시장 부진의 영향을 면밀히 살펴나가는 동시에 중장기적 시계에서 누적된 불안 요인을 경감해나가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