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대란 여파로 대형병원과 주거지가 가까워야 한다는 '병주근접'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이미 대형병원 등 의료시설 인프라를 잘 갖춘 지역에 대한 두터운 수요로 해당 단지들의 평균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희궁자이, 경희궁롯데캐슬 아파트는 모두 역세권(각각 5호선, 3호선) 단지이지만 의료기관 접근성에선 차이가 난다.
경희궁자이는 강북삼성병원, 서울적십자병원과 가까운 '병세권'이다. 직선거리로 400~500m 내외다. 경희궁롯데캐슬은 이들 병원과 1㎞ 정도로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병세권' 경희궁자이는 지난 1월 20억원에 거래된 데 비해 경희궁롯데캐슬은 지난해 12월 15억원에 거래됐다.
지방에서는 병세권 단지들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 있는 춘천후평우미린뉴시티는 강원대학교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등을 이용하기 편리한 단지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5억원에 거래돼 2021년 입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지방에서 신고가 경신은 흔치 않은 사례다. 의료대란 장기화로 환자와 가족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지방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갖춘 단지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지방 유학 증가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지방에서는 정원 60%를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 3년 과정을 이수한 학생으로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이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지역별 배정 현황에 따르면 지방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배정받은 지역은 충청권(549명)이다. 지역 내 위치한 의대는 건국대글로컬·건양대·단국대 천안·순천향대·을지대·충남대·충북대 등 7개로 총정원은 421명에서 97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 결과 대전 둔산동 내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크로바, 한마루, 목련 등의 아파트 단지는 이미 2023년 말부터 집값 상승세를 탔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크로바 아파트 전용 101㎡는 지난달 1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한마루 아파트 전용 101㎡도 지난해 10월 8억9800만원, 11월엔 8억9500만원에 거래됐으며 올해 3월에는 8억2000만원에 팔렸다.
둔산동 목련 아파트 역시 전용 134㎡가 2022년 15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2023년 6월 12억원대까지 하락했다가 2024년 2월 다시 14억7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인구 고령화와 건강에 관한 관심이 고조된 시대적인 상황과 의료대란 등으로 주택시장에서 의료 인프라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