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분기 매출 1조6675억원, 영업이익 786억원을 벌었다. LG화학 석화 부문,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경쟁 업체들이 연일 적자를 기록하는 것에 비해 선방한 수치다.
석화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사업도 흔들렸다. 매출 비중 기준으로 두 번째인 합성수지 부문에서 영업손실 14억원, 세 번째인 페놀유도체에서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합성고무는 영업이익 251억으로 적자를 막는 선에 그쳤다.
실적 방어를 이끈 건 정밀화학과 에너지 등 비주력 사업이다. 기타 부문으로 분리되는 비주력 사업에서만 매출액 1825억원, 영업이익 342억원을 냈다. 기타 부문이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전체 사업 영역 중 가장 큰 성과를 낸 것이다.
특히 에너지 부문의 실적이 매출 525억원을 올리며 수익성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남 여수에 열병합 발전소 2기를 운영 중이다. 석탄을 이용해 발전하는데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와 증기를 여수국가산업단지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 증기는 공단 내에서 원료를 이동시킬 때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로 쓰인다.
정밀화학 부분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타이어 내구성을 높이는 노화방지제가 주력 제품이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로 타이어 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량이 동반 상승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실적이 다소 주춤했지만 에너지 부분에서 의외의 실적을 거두며 선방할 수 있었다"며 "주력 사업 영역인 고무부터 에너지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해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래 전망도 나쁘지 않았다. 내후년부턴 미국의 관세 장벽 신설에 되레 도움을 받을 전망이다. 미 백악관은 중국산 전기차·철강·의료용 제품 등의 관세를 일괄 인상한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밝혔다. 그중 의료 제품의 경우 수술용 장갑과 의료용 고무 관세를 7.5%에서 2026년까지 25%로 인상할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를 바탕으로 의료용 라텍스 원료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내 라텍스 시장 점유율이 높진 않지만 이번 관세 장벽 신설이 서구권 수출망 확대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