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석화 업체인 LG화학은 지난 2021년 나프타 분해 설비 '전남 여수 NCC 2공장' 증설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기초 소재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 대표적인 기초 소재인 에틸렌의 국내 생산량도 2021년 1270만t으로 오른 후 지난해 1280만t을 기록하며 횡보세를 보였다.
반면 ABS나 헤셀로스 등 고부가가치 소재에 대해선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ABS는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고기능 플라스틱이다. LG화학은 지난 2022년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여수 ABS 공장을 증설했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화장품 등에 쓰이는 헤셀로스 공장 증설을 마쳤다.
석화업계가 기초 소재와 첨단 소재 사이에서 온도차를 보이는 이유는 기초 소재가 성장성이 떨어지는 한계 사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에틸렌 생산량을 5600만t까지 늘리는 등 공격적인 증설을 진행하며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상황이다.
미온적 투자를 넘어 사업장 매각에 대한 소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수 NCC 2공장 매각, LG화학-롯데케미칼 간 여수·대산 공장 통합 등 구조조정에 대한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그만큼 석화업계에서 기초 소재 사업을 털어내고 고부가가치 첨단 소재 위주로 사업 영역을 재편하고 싶어 하는 걸로 보인다.
문제는 고부가가치 소재를 만드는데 기초 소재가 쓰인다는 점이다. ABS의 주원료는 '스타이렌'인데 이는 '에틸벤젠'으로 만든다. 에틸벤젠은 벤젠과 에틸렌을 결합해 만드는 만큼 사실상 주원료가 에틸렌인 셈이다. 헤셀로스의 원재료도 산화에틸렌(EO)으로 에틸렌에서 만들어진다.
전문가는 이에 대해 석화의 특성상 고부가가치 소재만 특화해 제조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석화 산업은 기초 소재부터 첨단·고부가가치 소재까지 연결돼 있어서 따로 모아 조립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제조업과 다르다"며 "기초 소재의 규모가 있어야 가격 경쟁력도 생기고 첨단·고부가가치 소재의 제품 가격도 안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