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행사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은 꽤 많은 관람객이 찾았으나 앞선 '2022 부산국제모터쇼' 때보다 썰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시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견·대기업이 줄줄이 빠지면서 비는 공간이 많았던 탓이다. 이동 통로가 넓어 쾌적한 관람이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볼거리도 줄어든 게 사실이었다.
참가 기업 수와 부스 숫자는 2년 전 134개사, 1817부스에서 올해 161개사, 1910부스로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완성차·이륜차 업체가 대거 불참했다.
앞선 2022년에도 한국지엠이나 KG모빌리티(당시 쌍용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등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대동모빌리티나 DNA모터스, 디피코 같은 중견급 자동차·이륜차 회사가 부스를 꾸리며 공백을 메웠다. 통신사인 SK텔레콤도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체험장을 마련하며 콘텐츠 부족을 그나마 해소했다.
지난 부산국제모터쇼에 불참했다가 올해 BIMOS에 참가한 곳은 신차 '그랑 콜레오스'를 선보인 르노코리아와 배터리셀 제조사 금양 정도다.
전시장 내부 분위기 만큼은 제법 뜨거웠다. 관람객들은 부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전시된 차량을 둘러보기 바빴다. 현대자동차가 전날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처음 실물을 공개한 '캐스퍼 일렉트릭', 같은 날 기아가 선보인 'EV3'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남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50대 주부 김모씨는 "남편이 차량을 계약했는데 실물을 보려고 올해 처음 부산모빌리티쇼에 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여러 차량을 둘러볼 수 있어서 오길 잘한 것 같다"며 "다음부턴 자녀들과 와야 겠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부스에서 만난 20대 후반 남성은 "생각보다 차 종류도 많고 무엇보다 전시 기간이 길어서 만족스럽다"면서도 전시장에서 나간 후 재입장이 안 되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볼거리가 없다"고 단호하게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전시장을 방문한 부산 거주 30대 여성은 "신차나 슈퍼카 같은 다양한 차가 많을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스럽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매번 부산에서 모터쇼가 열릴 때마다 왔는데 다음에도 이 정도 수준이면 안 올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트렌드가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미국에서 하는 가전 박람회(CES)처럼 자동차 말고도 디스플레이 같은 것도 전시되면 좋겠다"며 BIMOS가 잘 되기를 바랐다.
콘텐츠 부족의 원인인 완성차 회사의 모터쇼 불참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계 3대 모터쇼로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일본 도쿄 모터쇼도 매 전시 때마다 참가 기업 유치를 걱정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전통적인 모터쇼보다는 미국 국제가전박람회(CES)나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같은 정보기술(IT) 전시회 참여를 선호하곤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첨단 통신·전자 기술이 중요해진 탓이다.
BIMOS 관람객 중에는 이러한 완성차 회사의 사정을 이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아 부스에서 EV3를 둘러보던 김달기(56)씨는 "아무래도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마케팅에 투자를 하는 거니까 참가가 어렵지 않겠냐"고 전했다. 벡스코 인근에서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밝힌 김씨는 매번 BIMOS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전시회를 주최한 BIMOS 사무국 측도 다양한 부대 행사와 축제를 곁들이는 등 흥행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전시가 열리는 다음달 7일까지 벡스코 제2전시장에 캠핑카 전시회 '코리아캠핑카쇼'와 산업용 로봇 전시회 '부산로봇자동화산업전'을 동시 개최하고 수제 맥주 축제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