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가 이용하는 서비스는 LG에너지솔루션 사내 벤처가 만든 서비스 '쿠루(KooRoo)'다.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을 곳곳에 설치하고 월정액으로 완충 배터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경기 안양의 피트인을 방문한 지난달 26일 오후 시간이 되자 택시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창고나 벙커처럼 보이는 공간에 선 택시를 지능형 리프트가 들어 올렸다. 잠시 후 운송 로봇이 택시 안 10%만 남은 배터리를 빼내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이었다.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도 배터리를 100%로 만들기까지 1시간가량 걸렸는데 피트인에 온 택시들은 순식간에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한 뒤 도로로 나설 수 있었다.
쿠루와 피트인은 멀지 않은 시기 차량에 기름 넣는 주유소 대신 전기를 채워주는 일명 '주전소(注電所)' 또는 배터리 스테이션이 대신하는 상상 속의 시대를 미리 만나보는 현장이었다. 일상을 바꾸는 '배터리 교체 서비스(바스, BaaS)' 시장을 살펴보며 주전소가 바꿀 미래를 엿봤다.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 얘기와 달리 쿠루는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하고도 벌써 서울 내 200여개나 생겼다. 편의점과의 협업이 있어 가능했다. 쿠루는 주로 GS25 편의점 주변에 BSS를 설치했다.
쿠루 관계자는 "BSS 설치를 위해 장소를 빌려주면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배터리 교체를 위해 편의점 앞에 온 배달 기사가 편의점도 이용하니 손님이 늘어난다. 치킨집이라면 배달 기사들이 콜(배달 요청)을 더 빨리 받아 매상을 늘릴 수 있다"며 바스와 자영업자의 호환성을 설명했다.
덕분에 서비스 이용자들의 만족감은 높다.
박씨는 "배터리 월정액 비용이 일반 오토바이 연료비보다 확실히 저렴하다"면서 "진동도 상대적으로 적어 오래 탑승하며 배달하기에도 편하다"며 쿠루를 이용하는 이유를 말했다.
피트인은 전기 택시의 배터리가 10% 내외로 떨어지면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는 곳이다. 전기 택시가 들어오면 카메라로 차량 번호를 인식하고 지능형 리프트가 차량에 맞춰 자동으로 기울기 등을 조절한다. 리프트가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차량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면, 운송 로봇이 다 쓴 배터리를 빼고 완충된 배터리를 넣어준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로봇과 함께 작업하며 교체 후 안전 검사까지 10분가량 걸린다.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빠른 셈이다. 현재 6대의 전기 택시가 피트인을 이용하고 있다.
피트인은 상업용 차량을 중심으로 바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상업용 차량은 이동 거리가 일반 차량 대비 월등히 많아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김 대표는 "(현재는)6대지만 올 하반기 택시 회사 3곳과 협력해 운용 차량 대수를 20대 이상 늘릴 예정"이라며 "서비스가 확대되면 택시 기사들의 활동 거점으로 여겨지던 액화천연가스(LNG) 충전소의 역할을 피트인이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바스 시장이 성장하는데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차량과 배터리의 소유권 분리 문제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배터리는 차량에 종속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배터리 여러 개를 한 업체에서 관리해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배터리 교체 충전 사업자가 전기차 충전사업자에 포함되지 않아 겪는 어려움도 있다. 때문에 피트인은 충전사업자용 전기 요금보다 비싼 일반 전기 요금을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이 진행될수록 정책적 문제가 여러 부분에서 드러날 수 있다"며 "민관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답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경기 화성 배터리 제조 공장 화재 사고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며,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미 쿠루는 원격 제어로 배터리를 관리하며 위급 상황 시 전류를 차단하는 등 여러 기술적 안전장치를 구비했다. 피트인 측도 이동형 소화수를 설치해 배터리 화재 시 물에 담가 진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