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6일 발표한 '중국산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내수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완제품 재고가 늘어나면 지금과 같은 밀어 내기식 저가 공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완제품 재고율이 지난해 11월 1.68%에서 지난 6월 4.67%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완제품 재고율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중 팔리지 못한 제품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한 국가 내 산업의 전반적인 재고 수준을 의미한다.
중국의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19 대유행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2020년 10월 6.94%에서 2022년 4월 20.11%로 급등했다. 그러자 중국 기업들은 과잉 생산된 제품을 해외에 저가로 처분했고 재고율은 지난해 1월 9.96%, 11월 1.68%로 감소했다.
완제품 재고율이 다시 증가한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중국이 좀처럼 경기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국내 기업은 이미 중국의 저가 공세로 실적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업체 222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27.6%가 "중국의 저가 수출로 매출과 수주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까지는 영향이 없지만 향후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42.1%에 달했다.
업종별로 '중국발 저가 공세로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배터리(61.5%),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금속(35.2%) 순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으로 실적이 나빠진 배터리 기업은 중국의 재고 밀어내기까지 겹치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로 입은 피해는 판매 단가 하락과 내수 거래 감소에 집중됐다. 이미 실적이 악화했다고 답한 기업 중 판매 가격이 떨어졌다고 밝힌 비율은 52.4%(복수응답), 내수시장 거래가 줄었다는 응답은 46.2%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 기업이 해외 수입품에 대해 신청한 반덤핑 제소 건수가 통상 연 5~8건인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6건이 신청됐다"며 "글로벌 통상 분쟁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기조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