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버·데이터센터에서 eSSD를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SSD는 전원 공급이 중단돼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낸드플래시를 사용한 데이터 저장장치다. 데이터의 안전성, 긴 수명, 고용량 전송 능력 등이 요구되는 AI 시대에 적합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올해 3분기 eSSD 계약 가격은 지난해 4분기 대비 80% 이상 상승했다"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쿼드레벨셀(QLC) 기반 eSSD 출하량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QLC는 최근 낸드 제조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기술로 꼽힌다.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 1개에 4비트를 담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싱글레벨셀(SLC), 멀티레벨셀(MLC), 트리플레벨셀(TLC)보다 더 많은 용량을 집적할 수 있어 총소유비용(TCO)을 절감할 수 있다.
QLC 기반 eSSD의 주문 증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QLC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 솔라다임 뿐이기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QLC 기반 eSSD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45%로 1위, SK하이닉스가 32%로 2위로 국내 기업들이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QLC 기반의 64테라바이트(TB) SSD 고객사 검증을 마치고 3분기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연내 128TB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QLC SSD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리다임과 함께 내년에는 300TB 등 초고용량 제품을 준비해 고객 대응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