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0일 경기 이천시에서 열린 이천포럼에서 최고경영자(CEO) 스피치를 통해 "당분간 호황이 예측되지만, 다운턴(하락국면)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만은 없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CEO 스피치는 SK그룹이 전날부터 사흘 간 진행하는 지식경영 플랫폼 '이천포럼 2024'의 일환으로 열린 행사로 계열사별로 진행됐다.
곽 사장은 "이미 우리의 일하는 모습에 SK 고유 경영체계인 SKMS가 녹아 있어 (반도체 업황의) 다운턴, 중국 우시공장 화재 등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지위가 여전히 공고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현재에 안주하거나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해당 발언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비슷한 발언이 이미 삼성전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깜짝 인사와 함께 취임한 전영현 DS사업부장(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위기를 언급했다. 전 부회장은 취임 한 달 뒤 내부 소통망에 내놓은 취임 첫 메시지로 "새로운 각오로 어려움 극복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반도체 양대산맥 수장들의 '위기' 발언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국내 제조업은 반도체가 없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인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출의 20.3% 수준이었다. 2017년 4분기(20.01%)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 20%를 넘긴 후 최근까지 10% 후반에서 20% 초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의 95% 이상이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에 너무 편중돼 있는 게 문제"라며 "기업·정부가 함께 나서지 않으면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쪽은 대만에 무조건 밀리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