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은 지난 26일 사내 공지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알렸다. 퇴직자는 연봉의 50%와 단기 인센티브를 받는다. 최대 2년간 학비 지원을 받는 자기 계발 무급휴직 제도도 시행한다.
SK온이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한 이유는 매 분기마다 쌓여가는 적자에 있다. SK온은 지난 2분기에 매출 1조5535억원과 영업손실 4601억원을 냈다. 직전 1분기 대비 매출은 1301억원 줄었고 손실 폭은 1286억원 늘어났다. 이번 3분기도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적자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관건은 SK온의 구조조정이 동형화를 불러올지 여부다. 동형화는 경영학 조직 이론에서 기업 활동이 서로 유사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수평적 문화를 강조한 기업이 성공하면서 후발주자들도 연이어 수평적 문화를 도입해 결과적으로 기업 문화가 비슷해지는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조직과 기관은 주변과 닮아가려 하는 성질이 있어, 구조조정도 한 기업을 시작으로 붐(유행)이 생긴다"며 "경쟁사도 동일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아직 손실을 보는 상황까진 아니지만,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이 20% 이상 감소하며 위기를 맞이한 상태다. SK온과 같이 덩치를 줄이며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1953억원 중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따른 첨단세액공제(AMPC)가 4478억원이었다. 보조금 성격의 AMPC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2525억원 손실을 본 셈이다.
황 교수는 "희망퇴직은 권고사직처럼 고강도 구조조정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일종의 비상경영 체제이자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기업들의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지면 청년 실업 등 사회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SK온에 이어 구조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에 대해 "아직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