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639억원으로 전년 동기(1457억원) 대비 12.4%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채권 등 금융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손익은 감소했지만 보험손익은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1916억원에서 46.9% 증가한 2815억원이다.
농협생명의 실적 성장에는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한 영업력이 있었다. 이는 보험계약마진(CSM) 증가로도 이어져 농협생명의 상반기 CSM은 4조77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6680억원)보다 2.3%(1050억원) 늘었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 윤 대표의 영업 전략이 적중했단 평가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에서는 건강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 계약이 많을수록 CSM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험사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실제 지난 5월 출시한 여성특화 건강보험인 '핑크케어 NH건강보험' 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신계약 2만 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앞서 윤 대표 취임 직전까지 농협생명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채권 재분류 영향으로 금리 상승기 시기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기존 지급여력비율(RBC) 비율은 당국 권고치인 150% 아래로 떨어져 금융감독원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험업법상 최저 기준은 100%다. 금융당국은 선제적 관리 차원에서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표 취임 후 개선세를 보이면서 올 상반기 신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적용을 제외해도 217%를 기록했다. 전년동기(171%) 대비 46%p 상승한 수치다.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K-ICS 비율은 373.4%까지 상승한다. 주요 생명보험사 중 K-ICS 비율이 개선된 곳은 농협생명이 유일했다.
보장성 상품 신계약 확대에 따라 전반적으로 가용자본이 오른 데다 요구자본 축소를 위한 노력 덕분이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IFSR17에서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 상품은 줄이고, 보장성 상품 중심으로 신계약을 늘리면서 CSM과 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자본여력이 확대되면서 개선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가 보험사의 핵심 경영 지표인 재무 건전성 및 보험 영업에서 큰 성장을 일궈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연임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IFRS17이 본격화된 지난해 1월 취임한 그는 오는 연말 임기가 종료된다.
다만 성과에 따라 2+1년 임기가 가능한 타 금융그룹과 달리 농협금융은 그간 성과와 별개로 지주 방침에 따라 2년 임기 후 퇴임하는 게 관례였다. 실제 나동민 초대 대표만이 유일하게 1년 연임 후 퇴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