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재고자산은 13조354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4조9479억원)보다 10.6%(1조5940억원)가량 줄었다. 총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중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14.6%에서 12.3%로 줄었다. 재고자산은 기업이 생산·판매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원재료, 미완성 제품, 완제품 등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가 HBM 출하를 빠르게 늘리면서 장부상 재고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HBM은 고객사의 사전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출고 즉시 매출로 반영된다. 재고로 쌓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엔비디아, AMD, 구글 등 AI 반도체 기업과의 계약으로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 지난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4.5배 증가하는 성과를 이뤘다. 전체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열린 ‘2024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로 4분기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인 HBM은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며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HBM 매출 급증은 매출총이익률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에서 원가를 제외한 매출총이익이 매출 대비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매출총이익률이 높다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다고 해석한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총이익률은 52%로 전년(0.7%)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기존 범용 D램(DDR4·DDR5)과 달리 HBM이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으며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 결과 현금 유입도 늘면서 재무 건전성도 개선됐다.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을 의미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CFO)은 2023년 3252억원에서 지난해 18조7747억원으로 약 58배 늘었다. CFO가 ‘0’보다 클 경우 기업이 핵심 사업에서 현금을 창출하면서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HBM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