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 국내 최대 규모 프로필렌 분리 타워를 설치를 완료했다. 이날 설치된 타워는 프로필렌 생산에 사용되며 높이 118m, 직경 8.5m, 무게2370톤(t)으로 국내 석유화학 설비 중 가장 크다.
에쓰오일이 9조2580억원을 들여 진행하는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이자 사우디 국영 기업인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에쓰오일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사업 비중을 늘리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정유업계의 주요 수입원인 정제마진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최근 중국 독립 정제설비(티포트) 가동률 하락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 안정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회복되고는 있으나 정제마진은 외부요인에 의한 변동폭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원유-정유-석유화학 제품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면 제품 원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운송비를 아낄 수 있으며 수요처만 확보되면 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실제 중동에서도 원유 가공 과정을 줄이고 석유화학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 등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액의 12.8%를 차지하고 있는 에쓰오일의 석유화학사업 비중은 오는 2026년 6월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기존의 2배인 25%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시설이 완공되면 매년 에틸렌 180만t, 프로필렌 77만t, 부타디엔 20만t, 벤젠 28만t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능력(캐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아람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샤힌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신기술 TC2C를 활용하면 비용을 30% 이상 낮출 수 있으며 기존 설비보다 높은 효율로 3~4배 많은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에쓰오일은 생산한 에틸렌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등 범용 석유화학 제품도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범용 제품에서 중국·중동과의 원가 경쟁력에 밀리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흐름이지만 정유업계는 오히려 수직계열화를 통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시장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숙기나 쇠퇴기를 향해 가는 산업에선 밸류체인 전체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살아남게 된다"며 "정제마진은 글로벌 수요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 편차가 심하지만 원유에서 석유화학 제품까지 확대하면 매출 안정성이나 수익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