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전년 대비 2000억원 감소한 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정유업계 주요 기업들이 최근 차입금 규모 확대로 인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수치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2년 3조 4000억원을 투입했던 중질유분해설비(HPC) 투자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이 3000억원 수준으로 안정화됐으며 별도 기준 배당금을 기존 60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으로 축소하는 등 현금 유출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3년 자회사 HD현대아로마틱스의 지분 50%를 1450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도 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재무 부담 요인이지만 비정유 자산 내 통합 효율성을 위한 전략적 조치로 이를 통한 수익률 향상이 기대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부문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HD현대오일뱅크가 조만간 투자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의 구조적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올레핀 시장 공급 과잉으로 인해 단기간 내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유 부문 수익성 약세도 문제다. 지난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을 겨우 상회하는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3.2 달러로 추가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도 HD현대오일뱅크의 일부 질적 재무지표 악화에 따라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해 조정 순차입금 대비 EBITDA(이자, 세금 미지급 및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비율이 7.3배로 6배였던 전년보다 상승했기 때문이다. 해당 비율이 8배를 초과할 경우 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 조정 부채비율도 268%였다.
한국신용평가는 "HD오일뱅크의 재무 안정성 회복 및 실적 반등은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HPC 사업 성과, 정유 부문 현금창출력 유지, 친환경·신사업 영역에서의 선별적 투자 집행 등의 요소에 좌우될 것"이라며 이 세가지를 핵심 모니터링 요인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