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4% 내린 5,275.7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100 지수는 3.04% 급락한 18,257.64, 다우지수는 1.73% 하락한 39,669.39를 기록했다.
시장 하락의 직접적인 촉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질의응답에서 "연준이 시장을 방어하는 '연준 풋(Fed Put)'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 안정과 고용이라는 이중 목표 간 괴리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기 전까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같은 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베스 해맥 총재도 "관세 영향이 뚜렷해질 때까지 금리는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금리 인하 기대는 한층 약화됐다.
반도체 업종은 하락세를 주도했다. 미 상무부는 엔비디아에 대해 중국 수출용 H20 칩 관련 라이선스를 '무기한 유예'한다고 통보했고,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약 55억달러 규모의 재고 및 구매 약정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날 6.9% 급락했다. AMD, ASML 등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4% 증가하며 2년 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로 소비자들이 선구매에 나선 영향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적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동시에 투자심리를 압박하는 이중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샘 스토발 시장조사업체 CFRA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파월 의장은 시장이 우려했던 고물가와 경기둔화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했다"고 전했다. 줄리언 이매뉴얼 에버코어 전략가는 "관세발 인플레이션과 '연준 풋' 배제 발언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베일리 FBB 캐피털 이사는 "관세에 이어 연준까지 투자자를 외면하면서 시장의 희망은 다시 좌절됐다"고 평가했다. 사미어 사마나 웰스파고 수석 전략가도 "트럼프 대통령이든 연준이든 시장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모두 실망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