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호실적은 HBM3E,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 수요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AI 개발 경쟁과 재고 축적 흐름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됐고 SK하이닉스는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제품 믹스 전략으로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1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했고 차입금 비율과 순차입금 비율은 각각 29%, 11%로 낮아졌다. 이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 투자 집행과 수익성 개선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실적발표 직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한 반도체 관세 이슈에 대해 수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매출에서 미국 비중은 약 60%지만 관세는 선적지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로 미국 수출에 해당되는 비중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AI 서버 수요는 소비재와 달리 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구조여서 오히려 AI 수요 확대가 교체 수요를 유도하면서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전망과 관련해서는 기존 계획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수출 제한 등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주요 고객들과의 공급 계약은 변동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HBM3E 12단 제품은 2분기부터 전체 HBM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기준으로는 HBM 제품군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버용 고용량 D램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모델 고도화와 함께 AI의 추론 과정이 길어지고 데이터 처리량이 증가하면서 96GB 이상의 대용량 D램에 대한 수요가 이미 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AI 모델 개발 문턱을 낮춘 ‘딥시크’와 같은 프레임워크 확산이 다양한 기업들의 AI 응용 확대를 자극해 중장기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수익성과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필수 투자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기존 팹에 대한 제품 믹스 최적화, 자본 효율화, 현금 흐름 안정화 등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설비투자 원칙’을 준수하며 수요 가시성이 높고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투자효율성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며 “AI 메모리 리더로서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 한계를 돌파해, 업계 1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