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정전되고 국가 재건이 한창이던 1958년의 서울. 대부분의 기업이 생존과 자본 축적에만 몰두하던 시절, 자원이 없는 국가의 대안은 교육과 자본이란 철학을 갖게 된 한 남자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보험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어야 한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의 별의 순간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됐습니다.
그가 1958년 설립한 대한교육보험(현 교보생명)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었습니다. ‘교육보험’이란 개념은 당시로서 파격적인 발상이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배움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보험을 통해 미래의 교육을 준비한다는 그의 생각은 기업의 존재 이유를 근본부터 다시 정의하는 시도였습니다.
1960년대 초반, 특히 1963년을 전후로 교육보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그의 철학은 비로소 사회적 공감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보험을 ‘불행 대비 상품’이 아닌 ‘미래 설계 도구’로 본 시각은 당시로서는 매우 선구적이었습니다.
신용호 창업주는 1960~70년대 여러 강연과 임직원 교육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보험은 사고가 났을 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지켜주는 사회적 장치다.” 이 발언은 그의 경영 철학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으로 평가됩니다.
이 시기, 그는 보험을 고객과 회사 간의 계약을 넘어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안전망으로 바라봤습니다. 단기 수익보다 신뢰와 지속성을 중시한 그의 태도는 이후 교보생명의 경영 방향을 결정짓는 근간이 됐습니다.
1976년, 교보생명이 국내 최초로 종신보험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이었습니다. ‘평생을 책임지는 보험’이라는 개념은 그의 인간존중 경영을 구체화한 상징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고도 성장기였던 그 시절 수 많은 기업들이 외형 확장에 집중했지만 그는 속도를 조절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무리한 확장보다 장기적 신뢰를 우선시했고, 이윤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경영 철학을 고수했습니다.
1988년, 대한교육보험에서 ‘교보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기업의 정체성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이 시기 그는 “보험은 한 자리에서, 평생 고객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더욱 강조했고, 이는 1990년대 초반 교보의 핵심 운영 철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른바 ‘한 자리, 평생 고객’ 철학은 보험 설계사와 고객 간의 관계를 일회성이 아닌 평생 동반의 개념으로 승화시킨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그의 철학은 보험을 넘어 교육과 문화 영역으로 확장됐습니다. 1981년 교보문고 설립은 그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사람을 키우는 일은 결국 지식과 문화로부터 시작된다”며 독서 문화 확산과 국민 교양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기업을 단순한 경제 주체가 아닌 ‘사회적 기관’으로 바라봤고, 장학사업과 문화사업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는 신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보험회사 창업자가 아니라 ‘교육가이자 사상가에 가까운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게 한 배경이 됐습니다.
신용호 창업주의 리더십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말했습니다.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사람이 먼저다.” 이 철학은 교보생명의 ‘정도경영’과 ‘고객 중심 문화’로 이어졌고, 2003년 그의 별세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정신적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2020년대에 이른 지금도 교보생명은 국내 대표 생명보험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여전히 1958년, 한 사람이 던졌던 근본적인 질문이 살아 있습니다. 보험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여야 한다는 믿음. 그 철학은 반세기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혼돈의 시기일수록 기업은 존재 이유를 다시 묻게 됩니다. 신용호 창업주의 별의 순간은 분명합니다. 이윤이란 숫자 너머에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내일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 그것이야말로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 유일한 길임을 그의 삶은 말하고 있습니다. 신용호 창업주의 별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합니다. “보험은 사람을 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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