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모바일(MC)사업본부가 지난해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폴더블 기술을 확보한 상황에서 탈부착 듀얼스크린을 주력 제품으로 남겨둘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31일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62조3062억원, 영업이익은 2조43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분기 매출은 16조612억원에 영업이익은 1018억원이었다.
생활가전과 TV를 만드는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는 각각 영업이익 1222억원과 1100억원을 거두며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MC사업본부 매출은 3년 사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적자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연도별로는 △2016년 매출 12조239억원·영업손실 1조2181억원 △2017년 매출 11조1583억원·영업손실 7368억원 △2018년 매출 7조8762억원·영업손실 7782억원 △2019년 매출 5조9668억원·영업손실 1조9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갈수록 주는 대신 적자는 쌓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2분기 3130억원 적자에서 3분기엔 1612억원 적자를 나타내 희망이 보였지만 4분기에 다시 332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분기별 1조원대 매출 정체도 우려를 낳고 있다. 3분기 실적 발표 때는 ‘베트남 생산시설 이전 등 비용개선 조치가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2020년은 5G 본격 공략의 해
LG전자는 4분기 MC부문 매출 감소 요인으로 북미 등 해외 시장의 보급형 스마트폰 수요 감소와 경쟁사들 가격 경쟁 등을 꼽았다. 여기에 신제품 마케팅비 증가와 연말 유통재고 조정 등으로 영업손실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3분기 발표 때도 북미 시장의 5세대(5G) 통신망 전환 지연을 매출 감소 이유로 들었다.
LG전자는 올해 프리미엄부터 보급형에 이르는 5G 모델을 국가별 상황에 맞춰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5G망이 본격 확대됨에 따라 신제품 V60 씽큐(ThinQ) 출시로 초기 수요를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5G 상용화에 나선 일본도 공략 대상이다. 지난해 5G 상용화를 시작한 국내에서는 통신사업자 간 경쟁 둔화를 고려해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으로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V60은 다음 달 24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0’에서 공개된 뒤 3월에 전 세계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G9 씽큐로 불리는 신제품도 4월 국내 출시가 예상된다.
관건은 스마트폰 디자인이다. 지난해 탈착형 화면 액세서리를 내세운 V50 시리즈는 갤럭시 폴드와 비교되며 접는 폰의 새 영역을 구축했다. 하지만 매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탈착형 화면에 회의적인 시선이 이어졌다. LG전자는 폴더블폰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을 이미 마쳤다. 폴더블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도 개발 중이다. 다만 제품 신뢰도와 고객가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2월 11일 미국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0’ 행사를 연다. 이 자리에서 화면을 세로로 접는 신제품과 갤럭시 폴드 후속작 등이 공개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담당인 IT·모바일(IM)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2조5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100억원을 크게 웃돈다. 갤럭시 노트10과 A 시리즈는 물론 폴더블폰 판매량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 MC부문의 고객가치 방향은 상반기 성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V50 출시 때부터 강조해온 ‘듀얼스크린 생태계’ 전략을 단번에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듀얼 스크린 생태계는 웹 검색과 게임 등에 이미 뿌리 내리고 있다. 제품 한쪽 화면에서 네이버 웨일로 검색한 기사를 누르면 반대편 화면에서 본문을 읽을 수 있다. 게임 컨트롤러 애플리케이션 ‘LG게임패드’를 켜면 아래 화면이 게임패드로 바뀐다. 배틀그라운드와 클래시오브클랜, 아스팔트9 등이 듀얼스크린을 지원한다.
해외 5G 도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 안착 기회는 남아있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LG전자는 2020년 미국에서 애플 아이폰에 앞서 5G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기존 LG전자 스마트폰이 ‘부정적 연결고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G 시장에서 성공적 포지셔닝이 절실하다”며 “저조한 플래그십 반응과 출하 감소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이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다시 시장점유율 추가 하락이라는 부정적 연결고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