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는 보존하는 대신 태릉골프장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강남 그린벨트는 보존하면서 강북 그린벨트는 왜 개발하느냐며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데다 부지 개발로 얻는 주택 가구 수는 1~2만호에 그칠 것으로 보여 집값 안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은 서울에 주소를 둔 유일한 골프장으로 부지 면적은 82만5000㎡(25만평)다. 여기에 인근 육군사관학교 용지(67만㎡), 태릉선수촌(31만696㎡)까지 연계 개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육사와 태릉선수촌까지 묶어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태릉선수촌 자체가 조선왕릉 내 속해 있는데다 실질적 땅 소유주인 문화재청이 개발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육사를 이전하고 부지를 개발하려면 우선 이전 부지를 선정해야 하고, 학교 건물 등 시설물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육사 이전이 가능하다고 해도 학교 이전부터 철거, 공급까지 최소 7~8년은 소요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부지 개발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태릉골프장 부지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있다. 2020년 수도권 광역도시계획(변경) 본보고서에 따르면 서민주택 등 국책사업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지역은 용적률이 190~220% 수준이다.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태릉골프장 부지에 2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1만가구(약 10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3기 신도시에 1~2만 가구 정도 추가한 수준이라 서울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태릉골프장 입지가 구리시, 남양주시와 가까워 사실상 수도권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서울 도심이나 강남 접근성이 높지 않아 선호도가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에서 주거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은 강남 지역으로 강남 인근 지역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태릉골프장 인근 주민들의 반대도 관건이다.
주민들은 최근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다 강남권 등의 부지는 보존하면서, 그린벨트 내 위치한 태릉골프장만 푼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청원인은 “태릉골프장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서울지역의 녹지공간이다. 육사(육군사관학교)든 골프장이든 이전을 하더라도 녹지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면서 “노원구 등 주변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교육 환경 발전과 녹지보존”이라고 했다.
이 청원인은 "해당 지역은 상습 정체 구간으로 주변 별내, 갈매, 다산신도시로 (차가 많이) 밀리는데 태릉에 아파트를 짓는 것은 인근에 사는 사람들에게 헬게이트(지옥문)가 열리는 것"이라며 “임대 아파트 몇 만 호로는 그 지역은 발전되지 않고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남아 교통체증과 녹지파괴로 환경오염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노후 임대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평균 140% 수준인 임대아파트 용적률을 끌어올려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방안이다.
향후 5년 이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임대아파트가 3만5000채로 서울 강남권에는 개포동 SH대치1단지, 수서동 SH수서1·6단지가 있다. 하지만 입주민 이주나 철거 등에 시일이 꽤 걸려 당장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