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의 연구개발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으며, 다양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등 연구개발 선도기업으로서 입지를 착실히 다지고 있다.
종근당의 지난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32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얻은 일부 제약·바이오사들의 깜짝 실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전통의 제약 강호 실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2분기 매출액 증가는 기존 제품과 제휴 품목이 나란히 성장했기에 가능했다. 특히 inno.N으로부터 도입한 위장약 ‘케이캡’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업이익은 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이는 신약 임상 진입 및 나타벨탄 3상 진입 등으로 경상 연구개발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언제나 연구개발비 투자에 진심인 회사다. 지난 2018년 1148억원, 2019년 1375억원, 지난해 1495억원 등 수년간 연구개발비를 늘리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꾸준히 뛰어넘었다.
4평짜리 ‘궁본약방’에서 시작된 종근당이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 제약업계 최초로 자체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언제나 연구개발을 우선시하는 기업철학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증권업계 예상에 따르면 올해 종근당의 경상연구개발비는 1751억원이다. 예상대로라면 종근당은 다시 한번 최대 규모를 갱신하게 된다.
연구개발비 증가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나타벨탄 3상 진입과 ‘CKD-508’, ‘CKD-510’, ‘CKD-702’ 등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 임상 다수가 진척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10여곳 이상의 기관에서 진행하며, 글로벌 임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해외에서 발견되고 있는 바이러스 변이에도 치료 기전이 적용될 수 있어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CKD-508은 혈액 내 지방단백질 사이에서 콜레스테롤에스테르(CE)와 중성지방(TG)의 운반을 촉진하는 콜레스테롤에스테르 전이단백질(CETP)의 활성을 억제해 저밀도콜레스테롤(LDL-C)을 낮추고, 몸에 좋은 고밀도콜레스테롤(HDL-C)을 높이는 약물이다.
안전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됐던 기존 CETP억제제인 아나세트라핍(anacetrapib)과 토세트라핍(torcetrapib)과 달리, 지방 조직에서 약물이 축적되거나 혈압이 상승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508은 스타틴으로 조절되지 않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또 다른 치료 옵션을 제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약물”이라며 “현재 60억달러 규모에서 2027년 1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계 이상지질혈증 시장에서 글로벌 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CKD-510은 HDAC6를 억제해 말초신경계 축삭수송기능을 개선시켜, 네트워크 기능을 유지시키는 기전의 치료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항체 폐암치료제 CKD-702는 암세포주에서 암의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를 동시에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약 물질이다.
특히 기존에 사용되던 c-Met, EGFR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동물모델에서도 항암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위암, 대장암, 간암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종근당은 CKD-702의 전임상 결과를 미국암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22건의 임상을 승인받는 등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개량신약 등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임상을 진행하며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