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계약" "돈줄 쥔 갑(甲)의 횡포"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보험사 사슬에 묶인 영세 자동차 정비업계가 울부짖고 있다. '협력사' 가면을 쓴 손해보험사들은 우월적 지위로 동네 정비사를 옥죈다. 수리비용 단가 후려치기와 미납·지급 지연은 차고 넘친다. 불만 표출로 낙인이 찍힌 업체는 소송에 휘말리기 일쑤다. 업계 갈등을 풀어야 할 정부와 관계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본지는 업태 질서를 황폐화시키는 손보사 갑질 민낯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손보사 횡포에 정비업계 "살려달라"···공임비 '후려치기'
② 홍원학·김정남 "협력업체와 상생" 헛발질···손보사 수리비 미납 '고질병'
③ 손보사 횡포 부른 불명확 '공임'···3년 만에 산출 공식 찾는 '뒷북 행정'
<계속>
대형 손해보험사의 일방적 자동차보험 수가(酬價) 후려치기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수가를 산정할 명확한 기준·공식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관계자 모두 동의할 산출 근거가 없다 보니 정비요금을 깎으려는 손보사와 더 받으려는 영세 정비업계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28일 취재 결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약칭 자배법)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소속된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이하 협의회·자배법 제15조의2)는 발족 3년 만에야 정비요금 산정 공식을 낼 연구용역에 착수할 것으로 확인됐다.
◆앞뒤 안 맞는 공임 산출···국토부, 이제야 용역 의뢰
자동차 정비업계가 손보사 갑질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한 것은 모호한 정비수가(시간당 공임x작업시간) 산정 기준이다. 납득할 만한 보험사 산출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손보사가 제시한 산출 결과와 정비업계 간에 괴리가 커지면서다.
작년 12월부터 적용할 자동차보험 정비공임 수가 인상률을 놓고 양측이 대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8년 국토부가 공표한 시간당 최대 공임 3만4385원에 관해 정비업계는 9.9% 인상을 주장한 반면 손보업계는 2.4%로 인상률을 묶어야 한다고 맞섰다. 7.5%포인트는 좁히기 불가한 격차였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국토부와 협의회는 적용 시점 등을 고려해 인상률 4.5%를 의결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의회 결정안은 오히려 업계 갈등을 부추겼다. 정비업계는 치솟는 인건비 등을 들어 공임 인상 폭을 높일 것을 요청했으나 후려치기 전횡은 끊이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양측 모두 인정할 만한 수가를 결정할 시간당 공임 산출식이 없는 상태에서 인상률(4.5%)이 결정된 정황이 밝혀졌다.
김광규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서울영등포협의회장은 "자동차보험·정비업계를 관리하는 국토부는 지난 13년간(2005~2018년) 단 3차례만 수가 공임을 공표했다"며 "손보사는 협의회 공표마저 철저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비업체 외 업계에서 통용하는 현장 출동 업체는 겨우 1.5~2%대, 입고 지원 업체는 3% 인상률에 그친다"며 "보험개발원에서 보급한 보험견적 청구프로그램(AOS) 사용 시 작업시간과 청구항목 등도 삭제해 횡포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악화하자 협의회는 부랴부랴 산출 공식을 도출하려는 연구용역을 기획했고, 이마저 지난 21일에야 용역 착수가 확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자배법에 의거한 협의회를 구성한 지 약 3년 만이다.
이번 용역에 손해보험협회와 정비업계는 용역비 총 2억여 원을 공동 투입했는데 용역 착수 시기는 미정이다. 올해 내 용역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4.5% 인상 결정을 서두른 것은) 우선 자배법에서 협의회 신설 관련 조항이 2020년 4월 명시됐고, 당시 용역을 준다고 해도 결과 도출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수차례 협의회를 열어 이견을 조율했고 보험·정비업계가 용역 착수에 동의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배법에 따르면 협의회는 보험업계, 정비업계,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각각 5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한다. 공익 위원 중 국토부와 금융당국인 금융감독원이 참여한다.
28일 취재 결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약칭 자배법)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소속된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이하 협의회·자배법 제15조의2)는 발족 3년 만에야 정비요금 산정 공식을 낼 연구용역에 착수할 것으로 확인됐다.
◆앞뒤 안 맞는 공임 산출···국토부, 이제야 용역 의뢰
자동차 정비업계가 손보사 갑질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한 것은 모호한 정비수가(시간당 공임x작업시간) 산정 기준이다. 납득할 만한 보험사 산출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손보사가 제시한 산출 결과와 정비업계 간에 괴리가 커지면서다.
작년 12월부터 적용할 자동차보험 정비공임 수가 인상률을 놓고 양측이 대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8년 국토부가 공표한 시간당 최대 공임 3만4385원에 관해 정비업계는 9.9% 인상을 주장한 반면 손보업계는 2.4%로 인상률을 묶어야 한다고 맞섰다. 7.5%포인트는 좁히기 불가한 격차였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국토부와 협의회는 적용 시점 등을 고려해 인상률 4.5%를 의결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의회 결정안은 오히려 업계 갈등을 부추겼다. 정비업계는 치솟는 인건비 등을 들어 공임 인상 폭을 높일 것을 요청했으나 후려치기 전횡은 끊이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양측 모두 인정할 만한 수가를 결정할 시간당 공임 산출식이 없는 상태에서 인상률(4.5%)이 결정된 정황이 밝혀졌다.
김광규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서울영등포협의회장은 "자동차보험·정비업계를 관리하는 국토부는 지난 13년간(2005~2018년) 단 3차례만 수가 공임을 공표했다"며 "손보사는 협의회 공표마저 철저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비업체 외 업계에서 통용하는 현장 출동 업체는 겨우 1.5~2%대, 입고 지원 업체는 3% 인상률에 그친다"며 "보험개발원에서 보급한 보험견적 청구프로그램(AOS) 사용 시 작업시간과 청구항목 등도 삭제해 횡포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악화하자 협의회는 부랴부랴 산출 공식을 도출하려는 연구용역을 기획했고, 이마저 지난 21일에야 용역 착수가 확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자배법에 의거한 협의회를 구성한 지 약 3년 만이다.
이번 용역에 손해보험협회와 정비업계는 용역비 총 2억여 원을 공동 투입했는데 용역 착수 시기는 미정이다. 올해 내 용역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4.5% 인상 결정을 서두른 것은) 우선 자배법에서 협의회 신설 관련 조항이 2020년 4월 명시됐고, 당시 용역을 준다고 해도 결과 도출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수차례 협의회를 열어 이견을 조율했고 보험·정비업계가 용역 착수에 동의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배법에 따르면 협의회는 보험업계, 정비업계,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각각 5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한다. 공익 위원 중 국토부와 금융당국인 금융감독원이 참여한다.
◆"자문기구 전무" 금감원 관리 구멍···공정위 "손보사 주시"
손보사 감독기구인 금감원은 정비업체 민원이 쏟아져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분쟁 주체인 손보사와 정비업체 사이에 체결한 사적 계약을 놓고 감독당국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 당국으로서 보험·정비업계 마찰을 줄이고 예방해야 할 모범 규정이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다.
손보사 갑질에 속수무책인 영세 업체들 민원 통계도 잡히지 않는다. 당국 내 시스템상 관련 내용 또는 키워드 검색이 어렵다는 해명이다. 특히 정비업체에서 정식 민원을 제기해도 자문할 제3의 기관이 없어 사실관계 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금융당국 측 민원 처리 의지는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떠넘기기 의식도 팽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종의 수리비를 놓고 사적인 계약에 따른 것이므로 금융당국이 개입할 법적 근거는 없고, (자동차 관련 사안은) 국토부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사실 금감원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있는 영역이고, 국토부에서 좋아할 분야일 것 같다"며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문할 곳이 전무하니 해결하지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공정거래위원회는 손보사 행태에 대해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거래상 지위 남용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명시한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 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포인트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식 진정서를 접수하면) 손보사와 정비업체 간 거래상 지위 여부부터 판단할 것"이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위법 여부가 판단되면 충분히 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보사 감독기구인 금감원은 정비업체 민원이 쏟아져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분쟁 주체인 손보사와 정비업체 사이에 체결한 사적 계약을 놓고 감독당국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 당국으로서 보험·정비업계 마찰을 줄이고 예방해야 할 모범 규정이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다.
손보사 갑질에 속수무책인 영세 업체들 민원 통계도 잡히지 않는다. 당국 내 시스템상 관련 내용 또는 키워드 검색이 어렵다는 해명이다. 특히 정비업체에서 정식 민원을 제기해도 자문할 제3의 기관이 없어 사실관계 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금융당국 측 민원 처리 의지는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떠넘기기 의식도 팽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종의 수리비를 놓고 사적인 계약에 따른 것이므로 금융당국이 개입할 법적 근거는 없고, (자동차 관련 사안은) 국토부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사실 금감원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있는 영역이고, 국토부에서 좋아할 분야일 것 같다"며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문할 곳이 전무하니 해결하지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공정거래위원회는 손보사 행태에 대해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거래상 지위 남용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명시한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 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포인트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식 진정서를 접수하면) 손보사와 정비업체 간 거래상 지위 여부부터 판단할 것"이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위법 여부가 판단되면 충분히 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