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간 후판 가격 협상이 늘어지고 있다.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 가격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하 폭을 결정하는 데서 세부적 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양쪽 업계는 하반기(7~12월) 조선용 후판 가격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후판 가격 협상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는데 원자재 가격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당초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철강 수요가 떨어지면서 가격을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왔다. 다만 지난 9월 국내 후판 공급을 사실상 책임지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로 상황이 반전되면서 쉽게 후판 가격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노동조합 파업으로 공장 가동에 다소 차질을 빚는 상태다.
한국광해공업공단의 지난 4일 통계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1톤당 81.16달러로 연초 대비 30% 이상 내려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120만원 수준이었던 후판 가격도 인하가 불가피하다. 조선업계에선 20만원 이상의 가격 인하를 요구했지만 철강업계는 해당 수준까진 불가능하다며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기준 수입산 후판 가격은 98만원 수준이다.
조선사는 원가에서 재료비가 60%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인건비로 구성된다. 전체 비용 구성 중에선 기자재가 30% 안팎, 강재가 20% 수준이고 의장재 등 기타 재료가 10% 비중을 차지한다. 후판은 강재로 사용되는데, 톤당 5만원의 차이가 발생할 때 조선사들이 부담하는 원가도 3000억원에 달한다. 반대로 보면 철강사들도 후판 가격 인하에 따른 실적 악화를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셈이다.
조선업계는 올 3분기(7~9월) 수주 호황과 고환율 상황 등으로 좋은 실적을 냈다. 한국조선해양은 매출 4조2644억원, 영업이익 188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도 손실 폭을 줄이긴 했지만 적자를 개선하지 못하며 1679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약 3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후판 가격 인하는 조선사에서 물러설 수 없는 지점이다.
철강업계는 영업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3분기 실적이 처참한 수준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영업이익 92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실적을, 현대제철은 3730억원으로 54.6% 악화된 실적을 보고했다. 동국제강 역시 14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50.2% 나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경우 철광석 가격 하락이라는 명분이 있고 철강업계도 이에 동의하면서 후판 가격을 얼마나 인하할 지가 주요 포인트"라며 "철강업계의 경우 지난해 대비 수익이 절반 이상 줄어든만큼 절박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