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창립 50주년 이후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1위 조선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해양산업 구축에 나선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탄소배출 0)과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탈탄소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수소 연료전지 추진 선박 등 신기술을 통해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굳힌다는 계획이다.
4일 HD현대에 따르면 권오갑 회장은 올해 '기술·환경·조화'를 신년 키워드로 정하고 지난해에 이어 해양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동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수주 호황과 맞물려 친환경 선박·디지털전환(DX)에 그룹 사활을 걸고 기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HD현대의 조선 역량은 'HD현대→한국조선해양(중간 지주사)→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이 중 현대미포조선은 주요 계열사로 현대베트남조선을 두고 25년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베트남조선(구 현대비나신조선)은 동남아시아 주요 항로와 석유, 가스전이 인접한 베트남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설립된 현지법인으로 1996년 설립돼 2011년 선박건조 회사로 본격 전환했다. 현재까지 건조해 인도한 선박만 150여 척에 달한다. 모회사로 중형선박 건조 세계 1위인 현대미포조선을 두고 있는 만큼 영업과 설계, 생산 전 부문에서 지원을 받아 동남아 생산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HD현대는 그룹 중추인 조선업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그룹 중추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는 2030년까지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위한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스마트한 작업 관리를 가능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2021년에는 그룹 차원 미래 비전인 '수소 드림 로드맵'이 제시되기도 했다.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수소 생산·공급과 운송을, 전력 자회사인 현대일렉트릭은 수소 활용 단계에서 친환경·무소음 수소 연료전지 발전설비 구축을 담당하도록 했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수소 충전소 구축을, 현대건설기계는 수소 연료전지 기반 중대형 건설장비 개발을 맡아 친환경 선박 시대를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도 나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스마트 조선소, 건설기계 등 인프라 구축에 12조원 △친환경 연구개발(R&D) 분야에 7조원 △자율운항과 빅데이터 플랫폼 등 디지털 분야에 1조 원 △제약·바이오 분야 진출과 유망 업종 지분 투자에 1조원 등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향후 5년 간 총 21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투자 기간 동안 R&D 인력 5000여 명을 포함한 총 1만여 명을 추가 채용해 경기도 판교 글로벌 R&D센터(GRC)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친환경과 신기술로 무장한 선박은 전 세계에서 수요가 높다. 특히 중동이 수요가 높다. 산유국이 많은 중동 지역 특성상 이를 운반할 선박이 필요한데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요구가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친환경 선박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LNG선은 운항 시 연료 온도를 영하 163도 이하로 유지해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필요한 기술력이 높은 만큼 선박을 만들어 팔았을 때 수익도 많이 남는다.
HD현대는 2021년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와 손잡고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군함과 해양플랜트 주문 등을 수주했다. 지난해에는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 중심으로 LNG 운반선 발주가 늘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자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기준 2022년 수주 목표치의 130.8%를 초과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에도 HD현대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중동 지역 선박 주문과 사업 협력 확대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지난달 말 사명을 변경하면서 △조선해양 부문은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 실현' △에너지 부문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현' △산업기계 부문은 '시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산업솔루션 제공'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 50년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광의 역사였다면 미래 50년은 기술과 환경, 디지털이 융합된 혁신과 창조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