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업을 일으키기는 어렵지만 이를 반석 위에 올려 번창시키기는 더 어렵다. 예로부터 여러 왕조의 창업 군주와 더불어 치세를 한 군주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후계자를 정하는 창업주는 고심을 거듭하고 때때로 상속 분쟁이 이어진다. 기업 승계 구도를 보면 한 국가의 경제 체제와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기업집단 10곳 중 7곳은 승계 중…막 오른 '大승계시대'
②'삼성 마지막 후계자' 이재용, 지배구조 개편 묘수는
③SK그룹 "분쟁·계열분리 없다"…3세 승계 방향타는 어디로
④4세 '烘의 시대' 준비하는 GS그룹...9명 승계 레이스 '시동'
⑤HD현대, 3세 정기선 '오너 경영' 부활 요건은 '자금'과 '가신'
⑥두산, '뿌리 깊은 나무' 될까…시련 딛고 '승계 전통' 잇는다
⑦LS, 2세 시대 마무리 앞두고 숨죽인 3세들…'전통' 새 국면
<계속>
LS그룹이 2세 경영 마지막 주자인 구자은 회장 체제 출범 2년차를 맞았다. 범LG 가문에 속하는 LS그룹은 2003년 11월 LG그룹에서 독립했다. 지난해 5월 자산총액 기준으로 재계 서열 17위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몸집을 키우기 어려운 전선, 전력설비, 금속 등이 주요 사업이지만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50개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LS그룹은 올해 독립 20주년을 맞는다. 그간 초대 회장인 고(故) 구자홍 회장(2004~2012년)을 시작으로 2대 구자열 회장(2013~2021년)에 이르기까지 약 9년 단위로 경영을 맡았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구자은 회장은 2021년 말 이사회에서 3대 회장에 선출돼 지난해부터 공식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범LG家 전통 잇는 '아름다운 승계'…3세들, 어디쯤 왔나
LG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GS, LX, LIG와 마찬가지로 LS그룹 역시 분쟁 없는 승계와 독립으로 정평이 났다. 허씨와 구씨라는 서로 다른 두 가문의 동업으로 시작됐다는 배경을 가지고도 범LG가가 이러한 전통을 지킨 데에는 엄격한 승계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과 계열 분리를 통한 분쟁 가능성 차단은 범LG가에서 평화를 유지한 방식이다. 모태인 LG에서 장자 승계가 이뤄지면 나머지 친족은 계열사를 가지고 나와 사업을 키우는 형태다. LG그룹 3대 회장인 고 구본무 회장이 2018년 작고하고 장남인 구광모 현 LG 대표가 40세 나이로 경영권을 물려받자 삼촌인 구본준 당시 LG 부회장이 LX그룹으로 독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LS그룹은 LG그룹 공동 창업주인 구인회 전 LG 회장의 동생들이 세웠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각각 전선, 가스, 도시가스 사업을 갖고 독립해 공동 경영 체제를 수립했다.
창업 1세에 이어 2세에 이르러서는 사촌 간 승계가 이뤄졌다. 구태회 명예회장 장남인 구자홍 회장, 구평회 명예회장 장남인 구자열 회장, 구두회 명예회장 장남인 구자은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됐다. 어느 한 사람이 10년 넘게 회장직을 독점하지 않고 창업 1세의 장남이 가문 내 서열에 따라 그룹을 이끈다는 원칙이 지켜졌다. 이는 LG 방계 기업집단인 LS가 독특하게 만들어 온 승계 문화다.
3세 경영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승계 원칙을 생각하면 빨라야 2030년 이후에나 창업 2세의 자식들이 경영권을 물려받는다. 8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대권 교체 시점이 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장자 승계냐, 연장자 승계냐…3세 시대 '경우의 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르면 LS그룹 4기를 이끌 오너 3세는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와 구본규 LS전선 사장,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권 LS엠엔엠(옛 LS니꼬동제련) 전무, 구동휘 LS일렉트릭 부사장 중 한 명으로 결정된다.
오너 3세 중 서열 1위인 구본웅 대표는 현재 L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가 운영 중인 포메이션그룹은 벤처 투자를 하는 회사다. 승계 원칙에 따르면 LS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을 인물이지만 창업을 통해 홀로서기를 택한 모습이다. 구본웅 대표가 언제라도 LS그룹으로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부친인 구자홍 회장은 그에게 LS 관계사 지분을 넘기지 않았다. 이점 때문에 구본웅 대표는 차기 승계 구도에서 멀어졌다.
구본규 LS전선 사장(1979년생)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S전선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현재로서 3세 시대 첫 번째 주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공동 창업주 3명의 자손 가운데 구본웅 대표 다음으로 서열이 높기 때문이다. 그가 그룹 핵심인 전선 사업을 맡은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구동휘 LS일렉트릭 부사장(1981년생)은 지난해 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경영 3세다. 이전까지 E1에서 전무 직급으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구동휘 부사장은 당시 LS그룹 신사업인 수소 사업을 추진했다. E1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를 활용한 수소충전소 구축과 대용량 충전소 투자 등을 주도했다.
가문 내에서 서열로만 보면 구동휘 부사장은 승계 우선순위가 아니다. 이와 별개로 구 부사장이 보유한 LS그룹 지주회사 ㈜LS 지분율은 2.99%로 구자은 회장(3.63%)에 이어 오너 일가 중 두 번째로 많다. 오너 3세 중에는 가장 많은 지주사 지분을 가진 점이 돋보인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1977년생)은 가문에서 장손은 아니지만 맏형으로서 입지가 남다르다. 2019년 말 인사에서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에 기용되며 3세 중 처음으로 CEO 자리에 올랐다. 예스코홀딩스는 도시가스 공급과 건설업을 하는 회사로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이름에서 보듯 예스코홀딩스는 ㈜LS와 더불어 복수 지주회사다. 구본혁 사장 역시 그룹 총수를 맡을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구본권 LS엠엔엠 전무(1984년생)는 당장 우선순위에서는 높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승계 후보로 거론된다. 3세 가운데 막내로서 가장 뒤늦게 임원으로 진출했다. 2012년 ㈜LS에 입사해 LS전선과 LS엠엔엠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승계 후보군에서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