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국내 조선업계에도 변화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경쟁을 위해 저부가가치 선박들까지 무차별 수주에 나섰다면, 강점이 뚜렷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FLNG) 위주 수주로 수익성 확보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 중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과 달리 대우조선은 새해가 시작된 이래 수주 발표를 하고 있지 않다. 지난 2일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은 37억7000만 달러(약 4조6300억원), 삼성중공업은 20억 달러(약 2조4500억원) 규모를 수주한 것과 다른 행보다.
대우조선이 수주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부가가치가 낮은 선박에 대해서는 수주를 피하라는 경영진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우조선은 지난해 4월과 5월을 제외하면 매월 수주계약을 발표해왔다. 이같은 기조는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작업을 본격화한 이후로는 변했다.
이같은 기조 변화는 생산 시설이 다소 제한된 국내 조선업 환경상 이뤄지는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기술 수준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지만,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는 중국 선사들보다는 생산 규모가 작다. 이에 지난해 말 일부 주문이 중국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해외 업체들이 LNG 운반선 건조에 있어 우리 조선사들을 더 신뢰하는만큼 공급처 쪽에 협상 우선권이 생기며 부가가치가 높은 선종만 골라 수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해온 기존 전략을 수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한화그룹과 같은 민간 기업에 인수되는만큼 수익이 맞지 않으면 배를 만들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합병과 관련 해외 경쟁당국 심사 등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간 중 무리하게 수주를 받는 것보다는 인수에 집중해 '방산 시너지' 등을 노리는 향후 그룹 계획을 더 추진하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우조선의 이같은 행보에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들도 고부가가치선 위주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를 기준으로 이미 올해 수주 목표의 20% 이상을 채웠다. 각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 주문을 선별하는 한편 스마트 조선소, 부유식 설비, 자율운항 등 신기술에 기반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는 상황이다.
국내 한 조선사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그리는 큰 그림에 있어 LNG 운반선 등 수주는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적인 그림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산 산업과의 연계 효과"라며 "주문이 없어서 못 받는 상황이 아니라 배를 만들 사람이 없는 등 다른 문제로 주문이 밀리는만큼 수주 잔량보다는 수익성을 챙겨 올해 큰 폭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