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페라리가 전기차 모터 구동음 증폭 장치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유럽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이 퇴출 단계에 진입하자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1일 자동차 전문 매체 카버즈(CarBuzz)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페라리는 최근 미국 특허청에 전기차 모터 구동음 증폭과 관련한 특허를 출원했다.
페라리가 개발 중인 구동음 증폭 장치는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탑재되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VESS)과 소리를 내는 원리가 다르다. VESS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리를 차량 내부 스피커로 출력한다.
이와 달리 페라리는 전기 모터가 구동할 때 발생하는 주파수 특성을 이용해 소리를 변조·증폭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쉽게 말해 모터가 돌아가면 '윙' 하는 소리가 들리는 데 이 주파수를 적절히 바꿔줌으로써 주행 상황에 따라 역동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고유한 배기음이 상징인 페라리는 전동화 시대에 맞춘 차별화 요소로 모터 구동음에 주목했다. 우렁차면서 금속성 고음이 섞인 배기음으로 운전자의 청각을 만족시켰다면 앞으로는 구동음을 매력 포인트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구동음 증폭 장치는 VESS와 개발 의도부터 다르다. VESS는 엔진 소음이 없는 전기차가 주행할 때 보행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해 차량 쪽으로 접근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기차와 보행자 간 사고 위험이 커지자 유럽연합(EU)은 2018년 7월 1일부터 전기차에 VESS 장착을 의무화했다.
업계에서는 구동음 증폭 장치 개발을 페라리가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해 전동화 추진 시기가 뒤처진 점과 연관 짓는 분위기다.
페라리는 수년 전만 해도 "전기차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2016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세르지오 마르키오네 당시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페라리의 매력은 요란한 엔진 소리"라면서 "전기로 움직이는 페라리는 절대 생산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안 가 페라리는 전동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EU를 필두로 각국이 강도 높은 환경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고성능차는 엔진 배기량이 높아 이산화탄소 규제에 취약하다. EU는 오는 2035년부터 아예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내연기관과 함께 페라리 브랜드 자체가 퇴출 위기에 놓인 셈이다.
페라리는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인재를 영입하며 뒤늦은 채비를 시작했다. 오는 2025년 첫 전기차를 공개하는 한편 203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전기차 체제로 전환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