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는 당기순이익 감소로 임직원 성과급을 줄이거나 아예 지급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견 생보사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속 정체 산업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전에도 성과급은 꿈도 못꿨는데 갑자기 성과급 잔치라는 말을 들으니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연봉 30~50% 성과급을 기록한 보험사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하락으로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인 5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에 한정된다. 삼성화재는 연봉의 47%, 현대해상 30%, 메리츠화재 50~60%, DB손보 41%를 각각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들은 지난해 총 4조원이 넘는 당기순익을 올렸는데, 5대 손보사 순익이 4조원을 넘긴 건 최초에 해당한다. 생보업계는 이들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생보사들은 고금리 국면을 맞아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쏠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저축성보험을 늘렸다가 되레 실적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금리가 치솟아 저축성 보험 계약 유지율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돈 잔치' 대상에 묶여 사회적 지탄을 받는 생보사 곳곳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월급 인상률도 낮은데 이런 상황이면 앞으로 주기로 했던 성과급도 안 줄 것 같다"며 "상황이 좋지 않은 보험사도 많은데 돈 잔치 프레임으로 함께 비판 대상에 오른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전체적으로 임원 성과급 지급 현황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며 "직접적으로 성과급 감소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논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성과급 파티 사정권에 든 대형 손보사들은 일제히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역대급 성과급 규모에 비해 인하폭이 너무 작아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메리츠화재는 오는 27일 책임 개시 건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2.5% 인하한다. KB손해보험은 25일,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26일, 삼성화재는 27일에 각각 2.0%와 2.1%씩 내릴 예정이다.
앞서 중형 손보사인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1일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개인용은 2%, 업무용은 5.6% 내렸다. 이런 보험료 인하 대책은 금융당국의 압박이 직접적인 요인이라는 분석이 따르는데, 최근 은행권을 가리켜 '공공재'라고 단언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자 당국까지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압박했고 손보사들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한탄이 쏟아진다. 이미 손보사들은 지난해 4~5월 정치권 압박에 자동차 보험료를 1.2~1.3% 내린 바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자동차 보험료 인하가 손해율 실적 반영에 따른 조정이라고 대외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인하 압력에 성의를 일부 표시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 보험업 전망이 좋지 않아 현재 보험료 인하가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국면을 맞아 이동량과 교통사고 수가 급증할 전망이다"며 "작년 실적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인하하면 추후 경영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고 전했다.
당국과 정치권은 추가 보험료 인하 조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 보험료의 합리적 책정을 유도하면서 보험료 할인 및 할증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