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으며 지난해 달성한 창사 이후 최고 실적이라는 성과가 무색해졌다. 노사 갈등과 대전공장 화재도 모자라 총수인 조현범 회장 구속으로 올해 실적은 벌써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타이어지회와 2022년도 임금협상(입협)을 아직까지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사는 지난해 4월부터 교섭을 해오다 최근에는 매주 금요일 협상을 벌이지만 합의는 요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복수노조 체제로 한국타이어지회(1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고무산업노련 소속 한국타이어노동조합(2노조)이 각각 활동 중이다. 2노조는 지난해 임협을 매듭지었지만 1노조는 회사가 2노조와 체결한 내용에 더해 기본급 0.6% 인상과 일시금 2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1노조는 지난해 7월부터 하루에 최장 8시간씩 게릴라식으로 부분 파업을 벌였다. 한국타이어는 노조 파업으로 타이어 생산·출하가 차질을 빚으며 매월 100억원대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정됐다. 1노조와 신경전이 계속돼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도 난항을 예고했다.
그나마 만들어둔 타이어도 대전공장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화재는 지난 12일 최초 발화 후 58시간 만인 15일에서야 완전히 진압됐다. 불길은 북쪽 2공장 내부 8만7000여㎡와 2공장 3물류창고에 보관된 타이어 21만개를 태웠다. 금액으로는 170억원에 이른다.
대전공장이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매출 손실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연간 2000만개 타이어를 생산하는데 이는 전체 사업장 생산량(1억200만개)의 20%를 차지한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매출은 8조3942억원으로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이 대전공장에서 나왔다.
악재를 수습할 리더는 부재중이다. 조현범 회장은 회삿돈 200억원을 빼돌리고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조 회장 구속으로 한국타이어 경영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전기차 타이어 시장을 선점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실적을 높인다는 목표지만 총수 부재로 적극적인 투자 결정이 난망한 상황이다.
그간 한국타이어 실적은 우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올해는 미지수다. 대형 악재를 뛰어넘을 만한 호재가 없는 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타이어는 대표이사인 이수일 사장이 사태 수습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현재 한국타이어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다. 그는 이 사장과 함께 한국타이어 대표이사도 맡았으나 현재는 이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를 둘러싼 여러 상황에서 화재 원인 조사 협조와 피해 손실 확인을 우선 진행할 예정"이라며 "조현범 회장이 구속됐지만 이수일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