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은 현실적 어려움, 제4이통사...과연 누가 들어올 것인가
정부는 경쟁 촉진을 위해 ‘제4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 허가를 시사했다. 지난 1월, 과기정통부는 ‘5G 28GHZ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새로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를 위해 초기 할당 대가 인하, 4000억원 자금 지원, 세액 공제율 상향 등 ‘제법 큰 당근’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제4이통사에 뛰어드는 사업자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박윤규 과기부 제2차관은 “신규 이통사 진입 문제는 오는 6월까지 테스크포스팀(TF)을 통해 방안을 내놓고 관심 있는 기업과 더 접촉할 생각”이라며 “지금까지 일부 관심을 표명한 기업도 있지만 뚜렷하게 사업을 하겠다는 수준으로까지 성숙해 있진 않다”며 “규모가 큰 투자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세제 혜택과 정책자금 지원, 또 제4이통사의 핵심 요소인 5G 28㎓ 투자의 최소화 등 시장 진입 문턱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으나 제4이통사 유치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중장기 관점으로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평가한 점이 눈에 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말 5G 28GHz 주파수 대역의 망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KT와 LG유플러스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고,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올해 5월 말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상업성이 떨어진 도달거리가 짧은 28GHz 주파수는 망 구축에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상황이라면 6월 이후 SK텔레콤의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 역시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4이통사의 후보로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KB국민은행·토스 ▷플랫폼 사업자 중에서는 네이버·카카오·쿠팡 ▷초대형 유통기업 롯데·신세계 등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막대한 운영비 부담, 이통시장의 성장 정체 등으로 신규 사업자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제4이통사는 과거에도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총 7차례에 거쳐 새 이통사 사업자를 찾았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권의 본격적인 통신시장 서비스 진출을 알린 '리브엠'은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동안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은 4년이란 일몰 시한을 두고 규제 샌드박스 특례로 서비스돼왔다. 이번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향후 기한 제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앞으로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0원 요금제'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 3사도 '중간요금제'로 맞불을 놓고 있다.
통신요금 인하를 놓고 알뜰폰, 통신 3사, 금융권이 맞붙는 형국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의도한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통신 업계의 중간요금제 도입 계획을 밝힌 까닭도 통신 3사의 과점체제를 깨트리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 긍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장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 진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리브엠의 사례로 다른 금융 기업들도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 업계에선 정부의 통신시장 독과점 해결 방안이 제4이통사가 아닌 ‘알뜰폰’시장 키우기로 방향이 전환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기존 업계, 금융권 알뜰폰 진출 관련 명확한 규제 요구
이동통신유통협회(KDMA)와 통신 3사, 알뜰폰 업체들은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과 관련해 명확한 규제를 마련해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리브엠이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해 영세 알뜰폰 업체와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도매대가 이하 상품 판매 금지와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매년 통신 업계를 향해 알뜰폰 업체에 판매하는 통신망 사용료인 도매대가를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알뜰폰 가입자 중 5G 가입자가 1.5%에 불과한 데다 도매대가도 5G가 기본료의 60% 수준으로 LTE(40%대)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간 도매상인 이동통신망 재임대 사업자 육성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 통신비 인하였지만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만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이 어떠한 효과를 낼지 기대해 본다.
정부는 소비자 통신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5G 데이터 당 요금 단가 체계를 요금제에 따라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5G 요금제의 데이터 단가(1GB당 요금)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윤규 과기부 제2차관은 지난 18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통사가 여론을 반영해 5G 중간요금제를 세분화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다”며 “SK텔레콤은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중간요금제를 세분화한 것에 의미가 있고, LG유플러스는 고객 나이에 맞게 자동으로 시니어 요금제로 전환하는 게 새로웠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박 차관은 5G 요금제에 대해 기본단가 자체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5G 상용화가 만 4년을 지났으니 기본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요금제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통신 3사가 내놓은 5G 요금제는 가격이 오를수록 1GB당 단가가 떨어지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5G 최저 요금제(월 4만9000원·8GB)의 GB당 가격은 6125원인 반면 중간요금제에 해당하는 5GX레귤러(6만9000원·110GB)의 GB당 가격은 627원으로 단가 차이가 무려 9.8배에 달한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SK텔레콤과 비슷한 구조다.
통신사들은 회선 인프라를 유지하는 ‘기본료’ 때문에 가격 차이가 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료를 감안해도 단가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 정부 지적이다.
박 차관은 이러한 통신 상품을 해외에서 시행 중인 ‘최적 요금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5G 요금제에 대한 통신사들의 세분화 노력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지만, 이런 선택지를 합리적으로 소비자 사용 여건에 맞춰 선택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정부도 최적의 5G 요금제를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