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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금융뇌관 부동산PF 대출 130조…대통령까지 나선 전방위 방어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병근·박이삭·지다혜 기자
2023-05-18 00:00:00

대출잔액 17.3조 급증…횡령에 제재外 뒤숭숭

증권사 연체율 역대급 10%…시한폭탄 안은 셈

尹, 합동 보고 특명…전문가 "신용위험 심각"

증권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도가 가중되면서 PF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증권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도가 가중되면서 PF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금융시장 뇌관으로 지목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사태를 놓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방위 방어선 구축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규모만 중견 금융사 자산 기준인 100조원을 일찌감치 초과한 데다 제때 상환하지 못한 연체율까지 역대급으로 치솟으면서 금융사와 건설 시행사, 이에 맞물린 하청업체 줄도산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기재부外 경고음…금융권 포비아, 당국 선제대응 안간힘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금융당국을 비롯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장관 등으로부터 부동산 PF 사태를 둘러싼 합동 보고를 받은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윤 대통령이 향후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보고가 부동산 PF 문제만이 아닌 일상적인 정책 보고의 연장선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 현상과 부실 PF를 간과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공통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정상화를 목표로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는 등 연일 분주한 모습이다.

기재부 등 관계 부처와 실시간 모니터, 실무자 회의를 주재하는 한편, 은행연합회를 포함한 각 금융협회와 PF 대주단 협약식을 열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다수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킨 만큼 중구난방식으로 풀어가는 것보다 위험요인(리스크)이 큰 사업장부터 만기 연장·채무조정·신규 자금 지원 등 재무구조 개선부터 스텝을 밟자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의 건실한 손실 흡수능력을 감안하면 부동산 PF가 금융 전반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경기 불확실성 속 연체율이 증가하는 등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상황 가운데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대한 모든 참여자의 공감대 형성과 상생 의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사업장 정상화에 따른 금융회사 부담을 완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각 금융회사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사업장 정상화를 통해 상호 '윈윈'하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 부처에 부동산 PF발 경고음이 지속해 울리는 것은 금융사 등이 신용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위기의식에 기인한다. 금융권 대출 잔액은 이미 130조원에 육박(작년 말 기준 129조9000억원)했는데, 전년 말보다 17조3000억원 늘며 급격한 우상향 기울기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곳곳에서는 전조 증세가 만연한 상태다. 부동산 PF 시초격인 작년 '레고랜드' 사태부터 지역단위 상호금융권의 잇단 비위, 이를테면 새마을금고중앙회 직원이 주도한 PF 대출 수수료 40억원을 뒷돈으로 챙긴 사건 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제2금융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돈을 빌리기 쉬운 저축은행에서 부당 PF를 취급한 사례가 적발됐다.

당국에서는 흥국저축은행·더블저축은행 등 일부 금융사에 경영 유의를 권고했으나 전문가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고 일축한다. 터질 게 터질 것이라는 공포감(포비아) 속에 덩치가 큰 금융사들도 휘청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그리면서다. 대형 저축은행으로 분류되는 OK·웰컴저축은행에서 1조원대 PF손실 허위사실이 지난달 유포되는 등 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인 상황이다.

◆증권사 '우발채무·매입확약' 압도적 위험 직면

정작 부동산 PF 핵폭탄을 떠안은 업종은 금융투자, 증권사가 꼽힌다. 금투업계를 중심으로 그간 PF 관리에 소홀했다는 자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체율은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은 작년 말 10.4%로, 같은 해 9월 말 8.2%에서 2.2%포인트 증가했다. 2020년 말 대비해서는 3배가량 수직 상승한 셈이다.
 
증권가 PF 연체 잔액의 경우 △2020년 1757억원 △2021년 1690억원 수준이었으나 작년 9월 말 3638억원까지 오르더니 연말에는 4657억원에 이르렀다. 글로벌 금리인상기를 맞아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PF를 주로 취급한 중형·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선 치명타를 입었다. 순이익 급감에 PF 리스크에 직면한 다올투자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 임직원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특히 증권사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연체기간 3개월 이상 부실채권) 비율은 14.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0년 5.5%에서 불과 2년 사이 3배가량 늘어난 결과다. 윤 의원은 은행·보험 등 다른 업권에서의 부동산 PF 걱정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증권사를 겨냥해 "부동산 PF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금융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숫자가 나올 정도라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증권사가 이렇듯 부동산 PF 최전선에 노출된 것은 해당 사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신 △건설 시행사가 특수법인에 대금을 못 갚을 때 △특수법인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못 갚을 때 대금을 대신 갚겠다는 보증을 서는 주체여서다. 증권사 순익을 올리려면 위험을 감수하고서 자금을 중개해 수수료를 챙겨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시절 시행사는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특수법인은 그 돈으로 투자자에게 채무를 갚아왔다. 해당 법인이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 투자자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유다. 그러나 거래 절벽에 처한 부동산 분양 시장에서 유동화증권 인기가 떨어진 바람에 특수법인은 부도 상황에 놓였고, 보증을 서겠다고 약속한 증권사도 빚더미를 안아야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조사한 증권사 PF 우발채무는 20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매입확약' 건의 경우 19조6000억원을 차지한다. 증권사가 대출을 대신 막거나 차환 부족분 전체를 매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뜻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사 8곳과 4조원 미만 중소형사 17곳을 분리하면, 대형사·중소형사 우발채무는 각각 12조4000억원·8조4000억원이었다. 다만 중소형사의 매입확약 비중은 98.7%에 달해 대형사(91.7%) 비중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가 보유한 우발채무 중 매입확약 비중이 높다는 것은 증권사가 부동산 PF 대출 관련 신용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소형사 우발채무 상당수가 고위험군 부동산PF 대출에 기초하므로 중소형사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덧붙였다.

박 선임은 "고금리·경제성장 둔화·부동산 부진 등 비우호적 경제환경이 지속될 경우 부동산PF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며 "고위험군 유동화증권에 대한 우발채무를 집중적으로 보유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 자본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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