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가정의달 특집⑤] 나랏님도 실패한 저출산 대책, 공익법인에 맡겨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5-23 06:00:00

정부 저출산 대책 사실상 실패…공익법인 '주목'

대기업 출연 법인 200곳 육박하지만 규제 발목

'감시 대상' 아닌 복지 활성화 자원으로 바라봐야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주요 공익재단 로고[사진=각 사]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15년간 저출산 해결에 쏟아부은 세금이 280조원에 이르는데도 출산율이 바닥을 기자 정책 기능을 바라보는 회의적 시각이 퍼지고 있다. 세간에서는 "그 돈을 모든 신혼부부에게 현금으로 줬어도 지금보단 출산율이 높았을 것"이라는 자조마저 나온다. 저출산 해결에 정부 역할이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낮은 한국의 출산율을 높이려면 정책 방향이 단순히 저출산에 그치기 보다 기업·노동·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은 과감하게 민간에 맡기고 민·관이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가 주도 복지 한계…'공익법인' 대안으로

대기업이 설립한 공익법인을 활용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그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기업 공익법인은 사회공헌 사업을 위해 대기업이 설립한 비영리재단이다. 삼성이 설립한 삼성복지재단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이 만든 현대차정몽구재단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소속 기업집단에서 기부를 받아 재원을 마련하고 여러 복지 사업을 전개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소속된 공익법인 수는 165곳(2018년)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공시대상 기업집단(공시집단) 가운데 계열 출자 비영리법인은 90개, 계열 출자 공익법인 수는 79개로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계열 출자 비영리·공익법인이란 기업집단 계열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비영리법인 또는 공익법인을 말한다. 이들이 출자한 계열회사는 모두 297곳에 이른다.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이 주로 하는 사업은 저소득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 환경 정화·보전사업, 장애인 복지사업 등이다. 환경 관련 사업을 빼면 대부분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자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외계층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기업 공익법인의 가장 큰 순기능은 국가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한국이 저출산 수렁에 빠진 가장 큰 원인으로 높은 결혼·출산 비용과 주거 비용이 꼽힌다. 결국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근로자의 경제적 능력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그 저변에는 수준 높은 임금·복지를 누리는 대기업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근로자 간 이중구조가 깔렸다(본지 5월 16일자 참조).

핵심은 대기업 공익법인이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대·중소기업 간 복지 격차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공익법인은 아니지만 포스코그룹이 설립·운영하는 '상생형 공동 직장어린이집'은 참고할 만하다. 이는 포스코 계열사는 물론 협력사 직원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으로 포스코 그룹사와 중소 협력사가 컨소시엄을 꾸려 설립한다.

삼성복지재단의 '삼성어린이집'은 공익법인이 어린이집을 설립·운영하는 사례다. 삼성어린이집은 삼성 그룹사 임직원 자녀가 보육 대상인데, 국가·지자체가 재정을 보조하고 지역 중소기업이 참여해 보육 대상을 확대하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익법인=감시 대상'? 족쇄부터 풀어야

공익법인을 통한 대기업의 사회공헌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힌 실정이다. 대기업이 출자한 탓에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공익법인이 계열회사 주식 취득과 보유를 제한하면서 활동이 제약을 받아 왔다. 정부는 공익법인을 기업 지배구조 감시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을 기준으로 공익법인이 발행 주식총수의 5%를 초과해 취득하면 그 초과액만큼 증여세로 내야 한다. 또한 공익법인이 보유한 총 재산가액 중 특수관계인 법인 주식이 30%를 넘기면 가산세가 붙는다.

공익법인이 소속 기업집단 계열회사 또는 총수나 임원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때에도 장벽이 존재한다. 계열회사 또는 총수·임원이 낸 기부금이 공익법인이 받은 출연금 중 30% 이상이면 해당 법인이 기업집단에 편입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기업에서 기부를 받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지분율, 주식 의결권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받는다.

해외 사례를 보면 공익법인 설립과 기부금 모금이 자유로울 뿐 아니라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 지배와 승계까지 가능하다. 대기업 경영권 승계 문제를 다룰 때 자주 언급되는 해외 기업은 미국 포드와 스웨덴 발렌베리, 네덜란드 하이네켄 등인데 이들은 공익재단 설립으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왔다. 상속 부담을 더는 대신 그만큼 더 많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며 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했다.

경제계는 대기업의 사회공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익법인이 기금을 유치하고 계열회사에 출자할 때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이 사회공헌 사업을 할 때조차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익법인 설립 주체가 특정 기업집단 또는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규제한다면 공익 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공익법인을 통한 저출산 문제 해결은 그간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다.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이 200개 가까운 만큼 이들이 보유한 사회공헌 인프라의 활용 가치는 매우 높다. 규제라는 족쇄 대신 공익법인에 충분한 활동 폭을 보장해주는 대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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