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6000억원' 곳간 채웠다…'든든한 빽'이 된 SK이노
SK온은 총 7조6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미국, 중동 지역 등 글로벌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참여한 MBK컨소시엄으로부터 8억 달러(약 1조500억원)를 투자받기로 했다. 사우디국립은행(SNB)의 자회사인 SNB캐피탈도 최대 1억4400만 달러(1900억원)를 SK온에 투자하기로 했다. SK온은 올해 3월에도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 자금 1조20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아울러 현대자동차와 기아로부터 각각 1조2000억원, 8000억원 규모 차입에 성공하고 KB국민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으며 9억 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도 성사됐다.
SK온은 자금 문제를 일단락했지만 쌓이는 차입 부담과 이어진 영업적자로 인해 재무 상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SK온은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조9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2021년) 대비 두 배 이상 악화됐다. 올해 3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 규모는 5조3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증가했다.
뒤집어 말하면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은 AA로 모회사가 뒷배 역할을 하는 한편 SK온이 보유한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업황·수요 위축에…하반기엔 '안정화' 주력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적으로 닥친 '반도체 한파'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불황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자 실적을 이끈 D램은 재고 부담으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1~3월) 기준 재고 평가액이 약 17조원에 이른다.
1분기 차입금은 28조7580억원로 지난해 4분기(10~12월) 대비 5조7630억원 급증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현금성 자산은 6조136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730억원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순차입금비율을 보면 1분기 기준 37.08%로 전년 동기 대비 21.12% 증가했다. 순차입금비율이란 전체 자본에서 이자로 지출하는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1분기에 영업손실만 3조4023억원을 남기며 현금 흐름이 둔화하자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를 감수하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온 것이다.
비교적 빨리 감산에 들어선 SK하이닉스는 3분기(7~9월)부터는 관련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4~6월) 이후 차입금 규모를 줄이고 안정적인 지출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재무 부담이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SK그룹이 갖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감안할 때 그룹 신용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은 확보된 자금으로 해외 공장 수율 개선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SK온은 그간 수율이 70~80% 수준에 머물렀다고 알려졌는데 고객사를 유치하고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90%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북미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공장 증설에 나서며 단기적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이 날 때까지 버틸 여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요 반등이 관건이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빠르면 2분기부터 메모리 수요가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반도체 완제품 기준으로 재고가 1분기 17주 분량에서 2분기 13주, 연말 8주 분량까지 감소할 전망"이라며 "3분기부터는 공급 부족 구간에 진입하며 축적된 재고 소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