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금융권 졸속 채용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취업준비생은 점차 줄어드는 일자리 경쟁 전선에서 불투명한 채용 정보에 갈피를 못 잡고, 우대점수용 자격증 취득에 목을 매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도 채용 혼란을 막으려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체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 본지 6월 29일자 [단독] 당국 등쌀에 금융권 "4700명 선발"…실제 채용 절반도 못 미쳤다]
◆취준생 "①깜깜이 공고 ②자격증 홍수 ③일자리 축소"
#1.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1년가량 은행권 취업을 준비 중인 정모(26·여)씨는 데이터 관련 자격증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금융사가 늘면서 정씨 역시 학원을 알아보고 있지만 수강료가 만만치 않다.
서울 모처에서 만난 정씨는 금융사 필기시험에서 공통 출제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뿐만 아니라 경제 및 재무관리 등 전공과목 공부에 토익·신용분석사 준비·경제신문 스크랩 스터디·방학 중 인턴 실습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토로한다.
여기에 데이터베이스 SQL 개발자(SQLD)·데이터분석 준전문가(ADsP) 등 데이터 기반 국가공인 자격증까지 취득해야 하는 부담을 호소했다. 그는 "시간을 더 쪼개서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며 "데이터 자격증까지 준비하려면 인터넷 강의를 수강해야 해서 돈이 꽤 드는데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마다 요구하는 과목이 달라 필기시험 대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취업은 정보 싸움인데 정부나 금융사가 통일된 가이드라인이나 취업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 증권사 취업을 희망하는 김모(27)씨는 나날이 줄어드는 일자리를 지목했다. 특히 금융권은 통상 채용이 공채가 아닌 수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언제 공고가 올라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설상가상 격이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국제재무분석사(CFA) 레벨1·투자자산운용사 등 자격증 취득과 더불어 대외활동, 증권사 체험형 인턴 등을 거치고 있다. 매일 뉴스 클리핑을 하는 김씨는 일자리 감소가 확실히 체감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등을 겪으며 일자리를 줄이는 추세"라며 "한 개 부서가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들이 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어 "매년 취준생들은 생겨나는데, 그에 맞춰 공고가 나오질 않으니 자연스럽게 취준생 간의 경쟁만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증권사 악재까지 맞물려 막막한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취준생에게는) 공고 하나하나가 다시는 없을 소중한 기회"라며 "올해는 신입 채용이 많아질까 했는데 아니라서 초조하고, 그마저도 떨어지면 속상한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금융권 상반기 채용 인원이 당초 공식 발표된 4719명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 2342명에 그쳤고,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취준생들은 '극대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와 김씨는 취준생 대다수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이 점차 까다로워지면서 시간과 돈은 부족하고 합격 문턱은 별따기 수준이라는 이유다. 기업별 깜깜이 공고 역시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점차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등을 이용한 금융권 업무 자동화 환경은 취준생들을 더욱 낙담하게 한다. 기존 주요 직무 분야였던 영업·마케팅 분야 인력은 점차 줄어든 반면 IT 관련 자격증 소지자가 취업 고지에 유리하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권 뇌관으로 일컫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는 채용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부동산 PF와 맞물린 대다수 증권사를 중심으로 기업금융(IB) 부문 인력 감원, 부서 폐지 등 구조조정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금융권을 대표하는 각 협회는 물론 금융당국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협회 측에 회사별 채용 규모를 취합할 것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채용 규모나 절차 등은 개별 회사의 건이기 때문에 (당국이) 뭐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시행정 겨냥 쓴소리 "투명 채용안내 必"
이번 논란을 가리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보여주기식 일처리'가 낳은 혼란이라고 맹비난했다. 청년 일자리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금융위·은행들이 채용계획을 졸속 수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장 의원은 "취업준비생을 희망고문하지 않기 위해 정보부터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채용정보 전반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고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발의된 만큼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 대책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6년 전 금융권에 만연한 채용비리 사태로 기만당한 청년들이 또 다시 농락당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금융권이)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청년들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구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근로조건을 채용공고에 표기함으로써 구직자 부담을 줄이고 알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채용 예상인원을 비롯해 임금수준(상한액·하한액 포함)·소정근로시간 등을 명시케 하고 이를 어길 시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국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취준생에게 큰 실망감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취준생 "①깜깜이 공고 ②자격증 홍수 ③일자리 축소"
#1.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1년가량 은행권 취업을 준비 중인 정모(26·여)씨는 데이터 관련 자격증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금융사가 늘면서 정씨 역시 학원을 알아보고 있지만 수강료가 만만치 않다.
서울 모처에서 만난 정씨는 금융사 필기시험에서 공통 출제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뿐만 아니라 경제 및 재무관리 등 전공과목 공부에 토익·신용분석사 준비·경제신문 스크랩 스터디·방학 중 인턴 실습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토로한다.
여기에 데이터베이스 SQL 개발자(SQLD)·데이터분석 준전문가(ADsP) 등 데이터 기반 국가공인 자격증까지 취득해야 하는 부담을 호소했다. 그는 "시간을 더 쪼개서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며 "데이터 자격증까지 준비하려면 인터넷 강의를 수강해야 해서 돈이 꽤 드는데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마다 요구하는 과목이 달라 필기시험 대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취업은 정보 싸움인데 정부나 금융사가 통일된 가이드라인이나 취업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 증권사 취업을 희망하는 김모(27)씨는 나날이 줄어드는 일자리를 지목했다. 특히 금융권은 통상 채용이 공채가 아닌 수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언제 공고가 올라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설상가상 격이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국제재무분석사(CFA) 레벨1·투자자산운용사 등 자격증 취득과 더불어 대외활동, 증권사 체험형 인턴 등을 거치고 있다. 매일 뉴스 클리핑을 하는 김씨는 일자리 감소가 확실히 체감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등을 겪으며 일자리를 줄이는 추세"라며 "한 개 부서가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들이 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어 "매년 취준생들은 생겨나는데, 그에 맞춰 공고가 나오질 않으니 자연스럽게 취준생 간의 경쟁만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증권사 악재까지 맞물려 막막한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취준생에게는) 공고 하나하나가 다시는 없을 소중한 기회"라며 "올해는 신입 채용이 많아질까 했는데 아니라서 초조하고, 그마저도 떨어지면 속상한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금융권 상반기 채용 인원이 당초 공식 발표된 4719명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 2342명에 그쳤고,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취준생들은 '극대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와 김씨는 취준생 대다수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이 점차 까다로워지면서 시간과 돈은 부족하고 합격 문턱은 별따기 수준이라는 이유다. 기업별 깜깜이 공고 역시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점차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등을 이용한 금융권 업무 자동화 환경은 취준생들을 더욱 낙담하게 한다. 기존 주요 직무 분야였던 영업·마케팅 분야 인력은 점차 줄어든 반면 IT 관련 자격증 소지자가 취업 고지에 유리하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권 뇌관으로 일컫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는 채용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부동산 PF와 맞물린 대다수 증권사를 중심으로 기업금융(IB) 부문 인력 감원, 부서 폐지 등 구조조정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금융권을 대표하는 각 협회는 물론 금융당국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협회 측에 회사별 채용 규모를 취합할 것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채용 규모나 절차 등은 개별 회사의 건이기 때문에 (당국이) 뭐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시행정 겨냥 쓴소리 "투명 채용안내 必"
이번 논란을 가리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보여주기식 일처리'가 낳은 혼란이라고 맹비난했다. 청년 일자리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금융위·은행들이 채용계획을 졸속 수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장 의원은 "취업준비생을 희망고문하지 않기 위해 정보부터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채용정보 전반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고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발의된 만큼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 대책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6년 전 금융권에 만연한 채용비리 사태로 기만당한 청년들이 또 다시 농락당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금융권이)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청년들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구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근로조건을 채용공고에 표기함으로써 구직자 부담을 줄이고 알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채용 예상인원을 비롯해 임금수준(상한액·하한액 포함)·소정근로시간 등을 명시케 하고 이를 어길 시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국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취준생에게 큰 실망감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일갈했다.